한국인이 따낸 태국 ADSL사업, 고사위기

 한국인 현지 사업자가 태국에서 2023년까지 방콕을 제외한 전국 규모의 초고속인터넷(ADSL)사업권을 따냈으나 협력을 약속한 KT 측과의 이견으로 사업이 고사될 위기다.

 태국정보통신(대표 박윤)과 KT(대표 이용경)는 태국정보통신이 촌부리 지역의 ADSL사업권을 획득한 데 대해 KT가 ADSL 모뎀·DS램 장비 등을 독점적으로 공급한다는 내용의 계약을 지난 1월 체결한 데 이어 2월 태국정보통신이 획득한 전국사업에서도 협력체제를 유지하기로 했으나 아직 장비구축이 이행되지 않고 있다.

 특히 양측이 맺은 계약 중 KT가 올해 안에 1만회선을 공급하는 등 2005년까지 총 18만회선을 독점공급키로 한다는 구체적인 내용이 명시돼 있으나 지켜지지 않고 있다.

 태국정보통신 박윤 사장은 당초 KT 측의 계약을 근거로 촌부리 지역 사업권에 이어 전국사업권을 따냈으나 KT가 지원하지 않기로 함에 따라 신용도 추락은 물론 사업이 존폐 기로에 서 있다고 주장했다.

 박 사장은 “계약 당시 KT가 공급하는 장비에 대해 10%의 구매비만 지급하고 나머지 90%는 1년뒤에 갚기로 구두합의했으나 KT가 이 부분을 문제삼아 장비를 공급하지 않고 있다”며 “계약 이후 KT글로벌사업단의 담당자를 전면 교체하는 인사가 이뤄진 뒤 사업의 연속성이 보장되지 않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KT 김천웅 해외초고속팀장은 “계약 당시 태국정보통신이 제시한 조건을 받아들인 장비공급업체가 있었지만 업체가 이를 번복함에 따라 장비공급이 불가능하다”며 “구매비 지급 부분은 계약서에 명시되지 않은 사항”이라고 말했다.

 김 팀장은 또 “이후 KT의 ADSL 수출전략은 단순한 장비수출에서 서비스 운용 경험을 바탕으로 한 솔루션·장비·컨설팅 수출로 변화했다”며 “태국정보통신이 주장하는 조건으로 장비를 수출하는 것은 불가능하다”고 덧붙였다.

 한편 태국정보통신은 태국 내 신용장(L/C) 개설 문제로 KT의 제안대로 장비가를 전액 지급해 구매할 수도 없는 입장이어서 어렵게 따낸 전국사업권을 놓칠 상황에 처했다.

 <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