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주 케이비케이 사장 bjlee@kbk21.com
그동안 게임산업은 스타크래프트나 리니지 같은 대표적인 성공사례를 만들면서 비약적인 시장 성장을 이뤄냈다.
PC게임은 시장 자체의 외형적 성장과 더불어 다양한 주변산업을 일궈냈고 우리나라의 IMF 탈출에도 한몫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PC게임산업 전체 규모를 아무리 포괄적으로 계산한다 하더라도 삼성전자 한 회사 매출의 10분의 1도 되지 않는 불완전하고도 답답한 상태의 발전만 이뤘을 뿐이다.
여기에서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겠지만 게임 프로그램의 불법 복제 및 다운로드 같은 유통시장 자체의 붕괴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많이 나아졌다고는 하지만 아직 조립PC를 구입하면 정식유통계약도 이뤄지지 않은 많은 소프트웨어나 게임프로그램이 일종의 보너스처럼 설치돼 있다. 또 CDRW의 대중화로 누구나 게임CD를 불법복제해 재생산할 수 있는 여건도 충분하다. 이런 상황에서 게임 전용소프트웨어를 매장에서 구입하는 일은 마치 헛돈을 쓰는 어리석은 일처럼 여겨질 수밖에 없다.
이런 지적재산권의 무시는 산업 전반에 영향을 미쳐 자금수급 원칙이 붕괴되고 결국 세계적인 경쟁력을 가진 게임회사를 만들어낼 수 없게 하는 치명적인 원인이 된다. 하지만 이런 문제들을 해결하는 방법에 대해 얼마나 많은 고민을 하고 있는지 잘 모르겠다. 단순히 검찰 같은 수사기관이 알아서 처리해주겠거니 하며 게임을 즐기는 사람의 의지가 좀더 건전하고 성숙돼기만 바란다면 이는 감나무 밑에 입 벌리고 누워 있는 것보다 나아보이지 않는다.
위축되는 PC게임시장의 대안은 분명히 있다. 그 대안이란 바로 게임스트리밍 솔루션과 초고속인터넷망의 보급이다. 급속히 발전하고 있는 초고속 인터넷망의 보급은 영화나 최신 음악을 개인의 PC에서 지적재산권을 침해하지 않고도 스트리밍이라는 새로운 방식으로 소비자의 욕구를 충족시켜주고 있다. 그러나 영화나 음악은 극장이나 비디오 또는 좋은 오디오 기기가 PC보다 더 나은 환경을 제공한다. 하지만 이 스트리밍 기술이 게임 쪽에 접목된다면 게임을 즐기고자 하는 소비자나 게임개발자 모두에게 아주 바람직한 환경이 될 것임은 자명하다.
정품 게임CD 한 장을 전부 다운로드하려면 지금의 인터넷 환경에서도 많은 시간이 소요된다. 하지만 CD 몇 장이 필요한 복잡한 RPG도 최신 게임 스트리밍기술을 적용하면 인스톨 과정도 필요없이 몇 초 안에 게임을 즐길 수 있게 된다. 불법 와레즈 사이트를 뒤져가며 밤새워 다운로드하던 것을 생각하면 꿈 같은 얘기라 할 것이다. 하지만 이제 꿈은 이뤄졌다. ADSL 같은 초고속인터넷 환경만 된다면 발더스게이트2나 디아블로2 같은 게임이 1분 정도면 초기 로딩화면이 뜨고 끊김없는 매끄러운 게임플레이가 가능하다.
이런 첨단의 스트리밍 솔루션들은 지난 몇 년간 엄청난 발전을 거듭해왔고 얼마 안 가서 CD로 구현되는 환경보다 오히려 품질 면에서 앞설 것이라 확신한다. 그리고 이 스트리밍 방식의 유통을 통해 게임 콘텐츠개발자들에게는 불필요한 중간유통단계를 줄이고 정확한 이용 기록이 남게 돼 수익모델의 확실한 개선책이 될 것이다. 또 개발자와 이용자간 온라인상의 접촉이 수시로 이뤄져 양쪽의 필요한 정보 교환이나 능동적인 업그레이드를 통해 이용자에게 많은 혜택을 제공할 수 있는 좋은 환경이 만들어질 것이다.
이제 게임시장은 스포츠나 영화·음악 같은 미디어가 주는 즐거움과 무한경쟁에 돌입했다. 한정된 인간의 여가시간을 누가 더 많이 차지하는가는 곧 게임을 즐기려는 유저들에게 보다 편리하고 저렴한 서비스로 다가서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21세기 PC게임시장의 비전은 이미 우리에게 성큼 다가서고 있는 게임 스트리밍(G.O.D.)방식 외에는 답이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