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실리콘밸리 지역 무보수 고용 확산

 실리콘밸리 고용시장에 무보수 취업관행이 뿌리내리고 있다.

 고용시장 침체가 장기화되자 일단 취업해 일을 하고 나중에 경영이 호전되면 회사 주식이나 정식 급여를 주겠다는 고용주의 약속만 믿고 취업하는 새로운 근로 풍속도다.

 사라 데이비드는 16년 전 다른 이가 들으면 ‘깜짝 놀랄’ 최소 임금을 받으며 신생회사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녀는 앞서 올해 실직 후 두 차례에 걸쳐 이 지역의 다른 신생기업에서 추후에 회사 주식과 급여를 주겠다는 약속만 받고 정보기술 관리자로서 일했다.

 그녀 같은 이는 이 같은 무보수 근로행위를 ‘착취’라고 부르지만 무보수 취업을 실리콘밸리 기업세계에 뛰어드는 기회로 이조차도 아쉬워하는 근로자도 많다.

 실직 근로자 중 일부는 독립 컨설턴트로 일하고 있다. 이 중 상당수가 창업한 지 얼마 안된 신생기업에서 회사경영이 호전되면 회사 주식이나 정식 급여를 지급하겠다는 약속만 믿고 일하고 있다.

 실리콘밸리의 취업 풍속도는 이같이 닷컴 전성기 때와는 판이하게 달라졌다.

 전미작가연맹 실리콘밸리 지부 기술작가그룹 회장인 앤드레아스 라모스는 이에 대해 “당시에는 부자가 되기 위해 일했지만 지금은 그저 사정이 호전될 때까지 살아남아 기술을 갈고 닦기 위해 일한다”고 설명했다.

 로스알토스에 있는 소프트웨어 및 서비스 신생기업인 e셀프(eSelf)는 최근 3개월 기간의 무보수 기술연수생 모집광고를 인터넷에 게재한 뒤 2일 만에 무려 200명 이상의 지원자가 쇄도했다.

 라메시 라마스브라마니언 e셀프 최고경영자(CEO)는 “거의 모든 지원자가 훈련으로 알고 보수를 받는다는 생각은 하지 않고 지원했다”고 밝혔다.

 무보수 근로자 중에서는 자신들이 공평하게 대우받지 못하고 있다는 볼멘 목소리도 나온다.

 데이비드는 “그것은 착취”라고 잘라 말하고 “주식과 기회를 준다는 약속은 지켜지지 않는다”고 강조했다.

 무보수 근로자의 공통된 애로점은 자신들이 제대로 평가를 받지 못한다는 점이다.

 프로젝트 매니저 셔 렘은 장래 주식과 급여 지급 약속을 받고 일하던 직장을 최근 그만두었다. 그는 “회사가 나의 기술과 능력을 평가해줄 것으로 여겼으나 내가 일하는 시간이 기대했던 만큼 중요하게 여겨지지 않는 것을 알았다”고 그만둔 배경을 설명했다.

 무보수 서비스를 제공하는 근로자 중 독립 계약직 종사자는 법적으로 무보수 근로가 문제가 안된다. 하지만 일반 근로자는 최소임금 보장법이 주식과 장래 급여 약속을 보수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관련 법률 위반이다.

 국제상거래전담 법률회사 쿠데르트 브러더스의 팰러앨토 사무실에 근무하는 변호사인 린다 라슨 우소즈는 이에 대해 “경기여건이 호전될 것만을 기대하면서 모험을 감수하는 행위”라고 지적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