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PDA 고급화 바람 거세다

 값비싼 새 PDA 제품들이 잇따라 시장에 선보이고 있다.

 초기 PDA 제품으로 가장 인기있던 ‘팜 파일럿’ 이후 처음으로 기능을 대폭 향상시킨 신형 PDA 기종들이 이미 시판되거나 곧 출시될 예정이다.

 이들 신 모델은 데이터 처리 속도가 구 모델보다 3배 이상 빠르고 화질이 보다 선명해진 컬러 스크린에, 과거 전기 소비량이 많고 속도가 느려 이용하기 힘들었던 비디오와 오디오 녹화 및 재생 기능을 갖추고 있는 게 특징이다.

 이 같은 신제품들이 대거 선보이고 있는 것은 PDA 기기 메이커들이 팜의 새 소프트웨어를 이용해 훨씬 강력한 프로세서를 쓴 제품을 생산할 수 있게 된 데 따른 것이다.

 소니는 최근 두가지 신형 핸드헬드기기를 선보였다. 대당 가격 599달러의 ‘클리에 NX70’은 내장 키보드, 디지털 카메라, 회전 스크린 등의 사양을 갖췄으며 디지털 음악 파일을 녹화, 재생하고 인터넷을 서핑하는 데 안성맞춤이다. 499달러의 또 다른 기종 ‘클리에 NX60V’는 디지털 카메라가 빠졌을 뿐 클리에 NX70과 사실상 같은 제품이다.

 삼성전자 같은 중견회사와 B스퀘어 같은 신생업체 등 크고 작은 업체들도 조만간 고급 PDA를 선보일 예정이다. 두 회사 제품은 팜 소프트웨어가 아닌 마이크로소프트(MS) 포켓PC 기반이다. 이들 업체 대부분이 신제품 출시와 동시에 구형 모델 가격을 대폭 인하하고 있다. 도시바도 정가 399달러인 ‘도시바 e310 포켓PC’를 아마존에서 225달러에 판매중이다.

 한국에서 이미 시판중인 삼성의 ‘넥시오’는 스크린 크기가 5인치로 3∼3.5인치인 기존 제품의 스크린보다 훨씬 크고 미국에서 시판중인 제품보다 선명도가 2배 이상으로 뛰어나다. 이 제품 가격은 대당 799달러로 고가다. 삼성은 이 제품이 기업 고객을 겨냥한 것으로 ‘데스크톱 화질 수준’이라고 밝혔다.

 최근 선보인 신제품들은 너나없이 디자인이 다양하게 개선됐다. B스퀘어의 신제품 ‘마우이’는 접어 넣을 수 있는 키보드가 달려 있다. B스퀘어의 최고경영자(CEO) 빌 박스터는 “마우이가 이동중 많은 데이터를 다루는 이용자를 겨냥한 제품”이라고 소개했다. 이 제품은 가격이 대당 600∼800달러로 내년 상반기에 출시될 예정이며 다른 하드웨어 업체들이 B스퀘어 기술을 이용해 직접 생산하고 자체 브랜드로 판매할 것으로 보인다.

 자질구레한 기능을 뺀 단순한 오거나이저를 좋아하는 이를 위한 신제품도 선보인다. 팜은 이번주 대당 99달러의 보급형 제품을 선보였다. 마이크로소프트와 디스플레이 메이커 뷰소닉도 손잡고 대당 299달러의 신형 핸드헬드를 다음달 출시할 예정이다. 이 제품은 MS의 포켓PC 기반 제품으로는 획기적으로 가격이 싸다.

 PDA 산업은 37억5000만달러 규모로 신제품이 대거 출시되고 기존 모델의 가격인하 바람이 불면서 판매부진에 시달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PDA 판매량은 지난해 상반기에 비해 10%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판매부진의 가장 큰 이유는 6개월마다 쏟아지는 신형 PDA가 호응을 별로 받지 못하고 있는 데 있다.

 지난 96년 선보인 오리지널 팜 파일럿은 크게 히트한 제품이다. 이 제품은 전자 오거나이저 개념을 처음 구체화한 제품으로 당시에는 대단한 기술 개발로 평가받았다. 그로부터 3년 뒤에 나온 ‘팜 V’ 역시 훨씬 얇아지고 세련된 외양으로 베스트셀러 제품이 됐다. 다음으로 나온 PDA들은 컬러 스크린이 장착되고, 배터리가 개선되고, 다른 기능이 추가됐으나 팜 파일럿이나 팜 V 만큼 인기를 끌지 못했다. 전자제품 메이커들은 이 같은 상황에서도 계속해서 신모델을 시장에 내놓았다.

 시장 조사업체 NPD테크월드(NPD TechWorld)가 조사한 결과 2000년 중반 미국시장에서 판매된 PDA는 67가지 모델이었고 2년 뒤에는 106가지 모델로 60% 가까이 늘어난 것으로 집계됐다.

 게다가 신제품을 개발할 만큼 PDA가 많이 보급됐는가 하는 의문도 제기된다. 소니의 제품 매니저인 다카야나기는 “우리는 PDA 시장이 성장하지 않는 점을 중시해 PDA 기기가 없는 고객을 끌어들이기 위해 다양하고 흥미있는 기능을 추가하는 방식으로 시장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조사 보고서에 따르면 대부분의 소비자는 전자 오거나이저 기능이 대폭 개선됐어도 주소, 전화번호 디렉터리, 일정표 관리 등 기본적 용도에 제품을 이용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PDA 업계는 소비자의 다양한 욕구를 모두 충족시킬 수 있는 모델 설계가 어렵다는 점을 인정했다. 팜의 소프트웨어 사업부문인 팜소소의 CEO인 마이클 메이시는 “완벽한 한가지 PDA는 없다”고 잘라말하고 “소비자가 좋아하는 기능이 제각각 달라 멀티미디어에 중점을 두거나 업무용 툴에만 맞춰 설계된 다양한 모델을 계속 내놓을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분석했다.

 <박공식 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