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급명세서를 들여다 볼 때마다 원천징수 세금이 마치 강제징수당한 느낌이 들어 괜히 기분이 언짢아지는 사람들이 많다고 한다. 전자상거래시대가 정착되면 각 경제주체간 상거래내역뿐만 아니라 월급생활자들의 급여소득 내역까지도 디지털 데이터로 집적되어 과세자료로 포착, 관리된다. 돈의 움직임이 유리병 속을 들여다보는 것처럼 투명하게 드러나게 된다는 얘기다.
원천징수제도는 과세자료가 투명하지 않은 오프라인 경제체제하에서 조세탈루 방지와 조세행정의 편의를 위해 도입된 제도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경제활동에 따른 모든 거래와 소득자료가 정보화되면 세무당국은 지금처럼 굳이 고용주에게 세금징수의무를 떠넘길 필요가 없어진다. 그 때는 회사가 국가를 대신해 월급생활자에 대한 소득세를 원천징수하는 것이 아니라 납세자가 스스로 인터넷을 통해 자진신고하는 방식으로 바뀌고 세금납부도 은행에 직접 가지 않고 인터넷뱅킹 등의 자동이체나 신용카드 결제를 통해 완납할 수 있을 것이다.
미국 인튜이트의 인기있는 재무관리 응용 패키지 ‘퀴큰(Quicken)’처럼 우리나라도 머지않아 개인 세무신고 소프트웨어에 대한 수요가 제법 크게 일어날 것으로 본다. 컴퓨터 프로그램 개발업에 종사하는 사업자는 미래의 신 사업 아이템으로 한 번쯤 새겨둘 필요가 있을 것이다.
전자상거래 시대에 예상되는 또 다른 조세제도의 변화는 세금도 국가간 경쟁의 대상이 된다는 사실이다. 정보화, 디지털화가 진전되면 전자상거래업체들은 세율이 낮은 지역으로 사업의 본거지를 옮기는 것이 지금보다 훨씬 손쉬워질 것이다. 지금처럼 인력과 사무실을 전부 이동시켜야 하는 번거로움은 훨씬 줄어들 것이다. 세금이 없거나 세율이 낮은 국가는 소위 조세피난처(tax haven)로 지금보다 훨씬 각광받을 것이고 경제·사회의 미래 발전상에 대한 비전이 없는 국가들은 고답적인 옛 방식만을 고집하다가 국가간 경쟁에서 결국 도태될 수밖에 없을 것이다.
미래의 전자상거래 시대는 조세제도가 투명하게 되어 세수가 증대될 것이고, 월급생활자들이 기분좋게 자발적으로 세금을 내는 문화와 더불어 조세정책 자체가 국가간의 경쟁대상이 되는 시대를 열어갈 것으로 생각된다.
<정득진 한국전자거래진흥원장djjung@kiec.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