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알선제도의 허점

 ◆백윤철 경희대 인터넷법무학과 교수

  

 인터넷 시대를 맞아 인터넷을 통한 소프트웨어(SW) 불법복제물의 유통을 제한할 수 있는 조항 신설과 프로그램 양도 및 저작권의 한계를 명확히 규정하는 것을 골자로 하는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안이 마련됐다. 그런데 이 개정안에는 몇가지 문제점이 있다고 생각한다.

 우선 컴퓨터프로그램보호법 개정안 제36조의2 알선제도를 꼽을 수 있다. 현재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분쟁이 발생할 경우 이에 대한 심의·조정의 역할보다는 불법복제물 단속시 정부통신부 관계 공무원의 협조나 프로그램 등록업무 등을 주된 임무로 하고 있는데 이번 개정안의 ‘알선제도’가 분쟁해결 제도로 제기능을 할지 의문이다. 노동문제에서는 알선제도가 ‘조정’으로 일원화돼 운영되고 있는 추세에 비춰보아도 문제가 있다고 생각한다.

 정통부가 알선제도의 근거로 제시하고 있는 환경분쟁조정위원회와 특허청산업재산권분쟁조정위원회의 ‘알선사례’는 이번에 도입하는 ‘알선’과는 차이가 있어 보인다. 환경과 특허관련 위원회는 어느 정도 법원과 같은 중립적 입장에서 분쟁 당사자 사이에서 분쟁을 해결하는 합의제도인 알선을 운영하는 데 비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프로그램저작물의 등록업무를 담당하고, 불법복제물 단속시 관계 공무원이 협조요청을 하면 이에 참여하며, 분쟁해결을 위해 조정을 하는 기구다. 이 기구가 법원과 같은 중립적 입장에서 조정한다는 것은 어렵다고 생각한다. 그만큼 정통부의 알선제도는 조정을 하기 전에 또 다른 국가의 간섭이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현재의 법 체계에서 새로운 ‘알선’제도를 도입하는 것보다는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조정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만약 정통부가 이러한 알선제도를 도입한다면 알선인의 객관적 제3자의 지위를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특히 알선과 조정의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불법복제물 단속시 참여하는 권능을 폐지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개정안 제36조의2 제1항에 알선인을 ‘위원회 위원’ 또는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로 규정하고 있으나 ‘위원회 위원’은 문제가 있다. 일반 사법제도에서도 구속영장을 심사한 판사는 구속적부심에 참여할 수 없는 것처럼 알선에 관여한 알선인이 다시 조정인으로서 그 역할을 하게 된다면 심의 공정성에 의심이 간다. 즉 알선인 중에 ‘위원회 위원’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그리고 ‘학식과 경험이 있는 자’는 좀 더 구체적으로 규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알선인은 중립적 지위에 있는 전문가로 상세하게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본다.

 또 SW 지적재산권의 보호제도를 인터넷 환경에 적합하도록 인터넷을 통한 SW 불법유통을 정통부가 단속할 수 있게 한 근거 규정도 문제다. 이 조항에 따르면 정통부 장관은 통신망을 이용해 부정복제물을 전송하거나 게시하는 온라인서비스제공자(OSP)에 거부·정지·제한 등을 명령하고, 이를 어기면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게 했다. 또 OSP의 의무규정, 침해사실 고지에 의한 중단절차, OSP의 책임제한 규정 등을 둬 OSP의 책임한계를 분명히 했다. 그런데 이러한 SW 불법유통에 대한 저작권 보호는 개정중인 저작권법, 정보통신망이용촉진및정보보호에관한법률, 전기통신사업법 등에 의해서도 보호를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이러한 조항을 신설하기보다는 기존의 법을 충실하게 적용하는 것이 필요하다고 본다. 법을 다시 만들기보다는 기존을 법을 어떻게 잘 운영하느냐가 법치주의 실현의 초점이라 생각한다.

 마지막으로 컴퓨터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기능문제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는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와 유사하지만 SW 불법복제물 점검활동 지원사업으로 불법복제 단속관련 기술적 지원(점검용 SW개발·운영), 불법복제 점검활동 관련 사전조사 및 계획수립지원 등을 하고 있는 점은 저작권심의조정위원회와 다르다.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본래 기능은 심의·조정 기능이므로 이 조정위원회가 컴퓨터프로그램 단속에 참여하는 것은 이같은 기능이 훼손될 수 있다. 따라서 단속에 관련된 기능은 삭제하는 것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의 연구기능을 강화하는 것은 필요하다. 그리고 국가간 지적재산권의 분쟁이 발생했을 때 이를 해결할 전문가가 현재 많이 부족하다. 따라서 이러한 국제화시대를 인도할 전문가 양성을 정통부와 프로그램심의조정위원회가 해주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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