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웹에이전시들이 적자누적으로 인해 생존에 위협을 받고 있다. 업계에서 상당한 지명도를 가진 업체들이 직원들에게 월급을 제때 주지 못해 퇴직사태가 속출하고 있고 어떤 업체는 경영난을 해소하기 위해 인수합병을 시도했다 결렬돼 이전보다 더 어려운 지경에 봉착했으며 매출수위를 다투는 기업조차 유동성 위기로 현금확보에 비상이 걸린 상태다.
1세대 웹에이전시로서 시장형성에 견인차 역할을 했던 H사, 외국계 에이전시 A사, 대기업 그룹사 계열의 SI업체에 사실상 인수돼 기대를 모았던 C사, 견실한 성장세를 보여왔던 N사, 자금력 좋기로 유명했던 F사, 전통 제조업체를 모기업으로 둔 C사 등 업계에서 이름만 대면 알 만한 업체들이 크고 작은 경영난에 직면한 것으로 확인됐다.
실제로 경쟁수주를 통해 기업체 웹사이트 구축 프로젝트를 하는 웹에이전시들은 노동집약적이고 수주의존적인 산업특성상 부가가치가 현저히 낮은 것이 사실이다. 특히 진입장벽이 낮은 데다 업체간 경쟁이 상상을 초월할 정도로 치열해 수익성이 하락하고 있는 실정. 이 때문에 규모가 큰 몇몇 선두업체들은 직원 중 상당수를 미숙련 저임금 계약직으로 채우고 있다. 현재의 위기는 이미 예견된 일인 셈이다.
H사 사장은 “경영악화의 원인을 IT경기 침체에 돌리고 싶은 심정이지만 사실 웹에이전시들의 위기는 산업 자체의 부가가치가 낮아서 발생된 것으로 이미 오래 전부터 예견된 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의 말대로 일시적인 경기침체에 따른 게 아니라 내부적인 한계로 인한 것이라면 문제는 더욱 심각하다. 경영난에서 헤어날 길이 오리무중임을 암시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사실 인터넷의 등장으로 인해 가장 먼저 수혜를 본 이들이 바로 웹에이전시임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러나 이제는 시장이 변했다. 단순 웹기술과 디자인 만으로 불경기를 버티기는 불가능에 가깝다. 자금력과 확실한 고객을 확보한 업체가 아니라면 더이상 과거의 영화에 매달리는 우를 범해서는 안될 것이다.
<정소영기자 syj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