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통신 사장 강태헌 thkang@unisql.com
천년 넘게 유럽을 지배하면서 오늘날 유럽의 밑그림을 그린 위대한 역사의 주인공 로마를 조금만이라도 들여다 보면 이탈리아 반도를 재패한 로마가 마침내 유럽·아시아·아프리카로 로마연합을 넓히면서 ‘모든 길은 로마로 통하도록’ 정치·경제·사회·문화·군사의 중심이 되었던 데는 무엇보다 도로와 상하수도, 농수로, 공공시설물 등 사회간접자본에 대한 로마인들의 선구자적 관심이 큰몫을 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로마인들은 다른 지역을 정복하면 가장 먼저 로마와 정복지 사이를 연결하는 넓고 튼튼한 ‘고속도로’의 건설과 함께 정복지의 도시기반시설을 만드는 일을 우선하였다. 로마의 도심에서 시작되는 가도는 이탈리아 남쪽 끝 브린디시까지를 가로지르는 유명한 아피아 가도를 비롯해 플라미니아 가도, 아우렐리아 가도 등이 팔방으로 뻗으면서 이탈리아 반도를 벗어나 멀게는 아프리카까지를 차근 차근 이어나갔고 이렇게 건설된 가도는 로마 연합군의 발빠른 작전은 물론 로마를 중심으로 한 동맹국간의 상업적·문화적 교류를 왕성하게 하는 동맥이 되었던 것이다.
현대 국가들 역시 경제개발을 위한 첫삽은 도로와 철도, 전기, 통신, 항만 등 사회간접자본을 구축하는 것에서 시작하고 있으며 선진국과 후진국간에 사회간접자본에의 투자규모 역시 비례할 것으로 짐작된다. 특히 이런 간접자본 건설에 대부분의 국가가 직접 나서는 이유는 이런 시설들이 대단위 투자를 필요로 하는데다 ‘보이지 않는 손’이 조정하는 시장의 논리에 맡기기에는 적당하지 않은 요소들이 많기 때문일 것이다.
새로운 국가경쟁력의 핵심으로 떠오른 IT산업 역시 어린이를 위한 게임기부터 기상대의 슈퍼컴퓨터까지, 가정주부의 가계부부터 OS나 DB 프로그램에 이르기까지 상품·서비스·기술이 셀 수 없이 많고 변화무쌍하지만 분명한 것은 그것들 중 기업과 시장의 논리에 맡겨도 되는 것과 국가적 차원에서 관여해야 할 사회간접자본에 해당되는 것의 경계선은 엄연히 있다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