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내년부터 단말기 보조금 지급 예외 규정을 마련해 첨단 단말기 수요 확대를 추진하고자 하는데 대해 몇 가지 우려되는 점이 있다.
정통부가 2년여 동안 지켜오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규정을 변경하면서까지 첨단 단말기 보급을 확대하는 데는 산업 부양의 효과가 있다고 하나 뒤따르는 폐해도 만만치 않을 것 같다.
먼저 과거 PCS 보급이 활발하던 시기를 회상해보면 단말기 보조금 지급이 들쑥날쑥 제멋대로 시행된 결과 형평성에서 소외감을 느끼는 이가 적지 않았다. 단말기 보조금 혜택을 받지 못한 많은 사람이 비싼 단말기를 할부로 구입해 할부금을 채우기도 전에 해당 기기가 헐값으로 내려앉는 어이없는 상황을 지켜봐야만 했던 것이다.
현재 cdma2000 1x 단말기와 PDA폰 등 첨단 단말기를 구입하는 소비자가 늘고 있는 상황이다. 또 통신기술이 하루가 다르게 발전하면서 새로운 첨단 통신 단말기들이 계속 출시될 것으로 예상된다. 이런 상황에서 당장 내년에 보조금을 지급하게 되면 과거와 같은 일이 되풀이될 수 있음은 물론 소외감에 빠져드는 이들이 생겨날 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또 정통부가 이동통신업체들의 요청을 냉정히 거절하며 보조금 지급 금지를 고수해 겨우 자리잡은 통신시장의 구조조정이 하루 아침에 허사가 되고 말 것이란 생각도 든다.
기존 단말기를 새 제품으로 바꾸는 대체수요가 첨단 단말기 유통을 선점하고 있는 특정기업으로 집중될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급한 대로 산업부터 부양해놓은 후에 또다시 구조조정을 실시하겠다는 말인가.
더욱이 이동통신회사가 단말기 보조금 지급으로 손쉽게 가입자를 확보하게 되면 차후 과거에 발생한 많은 잡음이 재연될 가능성도 충분하다고 본다. 그동안 우리나라에서 3000만명에 이르는 이동통신가입자가 다른 나라에 비해 월등히 높은 휴대폰 사용요금으로 이동통신회사들의 수익성을 크게 높여줬다.
정부는 2년여를 철저히 지켜오던 단말기 보조금 지급 금지 규정에 대해 섣불리 예외 규정을 두게 되면 정부 정책에 대한 신뢰성이 떨어질 수밖에 없다는 점을 명심해야 한다.
아울러 산업 부양과 IMT2000서비스의 장밋빛 미래에만 현혹된 나머지 디지털 격차, 형평성 같은 문제를 간과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새겨 봐야 한다. 빠른 것만이 최선은 아니라는 생각이다.
권해주 서울 광진구 화양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