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벤처포럼>나눔을 아는 벤처인

 ◆장흥순 벤처기업협회장 hschang@turbotek.co.kr

 

 ‘미소 가득한 벤처인이 되자. 오병이어의 나눔으로.’

 최근에 나온 베스트셀러 ‘렉서스와 올리브나무’의 작가 토머스 프리드먼의 얘기처럼 세계화 추세가 가속되면서 펼쳐지는 치열한 생존경쟁과 ‘9·11 테러’, 미국의 대이라크 전쟁 공포같은 이런 저런 상황들은 우리를 우울하게 만든다.

 우리 삶이 그러하듯 항상 미소를 간직한다는 것은 쉽지 않다. 그나마 지난 6월 개최된 한일월드컵 응원전을 통해 우리 국민들이 마음껏 엔돌핀을 발산할 수 있었다는 점은 오랫동안 많은 사람들의 기억에 남을 것이다. 지금도 그때를 다시 생각하면 넘쳐 흘렀던 자신감과 긍지에 미소가 절로난다. 그 미소의 원천에는 여러가지가 있을 것이다. 필자는 조심스럽게 그 원천을 나눔과 봉사의 정신에서 찾고자 한다.

 평소 필자는 ‘내가 가진 뭔가를 나눌 수 있다는 것’ 그 자체에 매우 감사를 드리고 있다. 14년 전 터보테크를 처음 설립할 당시 필자는 한국과학기술원에서 국가장학금으로 공부한 사람으로서 혜택받은 것을 나누고 싶다는 마음에서 출발했다. 벤처라는 개념조차 없었던 시절, 그때 세상 물정 모르는 20대였지만 무엇이든 서로 나누는 미덕의 존재를 깨달아 가던 때였다. 그후 벤처를 경영하면서 항상 역경을 이겨낸 바탕에는 따뜻한 나눔과 미소의 큰 힘이 작용하고 있음을 알게 됐다.

 우리민족은 수많은 역경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는 사람들이었다. 계나 두레, 품앗이는 협동과 나눔정신이 배어 있는 전통적인 우리네 문화다. 이런 미덕은 오늘날에도 계승되고 있어 IMF 당시 온국민이 한마음으로 펼쳤던 금모으기 운동, 지난 여름 수해 때 보여준 성금모으기 운동은 작은 일례가 되고 있다. 모두가 하나돼 성공리에 개최한 한일월드컵 경기도 같은 맥락이라고 본다. 그런 나눔의 손길을 보는 많은 사람들은 입가에 미소를 머금을 수 있었을 것이다.

 힘든 일이 많지만 벤처에는 아직도 도전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물론 그 험난한 과정을 헤쳐가면서 미소를 지켜가기 어렵다는 점을 누구나 잘 알고 있다. 하지만 벤처기업은 규모나 기업 특성에서 안으로는 직원과 밖으로는 사회와 함께 나눔의 미덕을 공고히 지켜나갈 수 있다는 장점을 갖고 있다.

 더구나 최근 업계에 드리워진 그늘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벤처는 우리 정치·경제·사회·문화·교육·노동 등 각 분야에 걸쳐 큰 변화를 몰고 온 원동력으로 평가받고 있다.

 ‘벤처가 우리의 희망이다’고 이야기하는 것의 바탕에는 여러가지가 근거가 있겠지만 필자는 ‘나눔의 공동체’를 어렵지 않게 이룰 수 있는 기업 형태라는 점에서 찾고자 한다.

 성서에 보리떡 다섯개와 작은 물고기 두마리로 5000여명에게 나누어 주고도 충분히 남았다라는 ‘오병이어’라는 놀라운 기적 얘기가 나온다. 산술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지만 그 기적이 얘기하는 ‘넉넉한 마음을 나누자’라는 교훈은 수천년이 지나온 지금까지도 큰 미덕이 되고 있다. 넉넉한 나눔의 미덕은 업계가 다시 도약할 수 있는 근거이자 실천 방안이다.

 지난해 시작한 ‘한사랑 벤처릴레이운동’은 작은 나눔을 실천하는 벤처인들의 운동으로 자리잡았다. 이는 벤처 임직원들이 자발적으로 매달 금액에는 상관없이 봉급의 일정 부분을 공제해 어려운 이웃들과 나누는 운동으로 지금까지 40여 업체에서 2000여명이 참여했다. 오는 25일부터 열리는 ‘벤처코리아2002’ 기간 동안 50여 업체가 추가로 참여하기로 최근 의사를 전달한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이번에 참가하는 기업 중에는 창업과 동시에 나눔 운동을 시작한 회사도 있어 이를 보는 주위의 시선은 더욱 따뜻하기만 하다.

 현재 1만여개의 벤처 씨앗들은 땅속에 뿌리를 박고 알알이 그 싹을 틔우고 성장하고 있다. 조금 늦은감은 있지만 이제부터라도 나누는 연습을 하자. 척박한 땅에서 물과 양분을 나누고 탐스런 열매를 함께 맺도록 하자. 어려운 때일수록 나눔을 통해 미소와 희망을 키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