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는 MS 아성>(3)엔터프라이즈 시장 격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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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MS 본사가 있는 워싱턴주 레드먼드로부터 멀리 떨어진 두 곳이 MS 경영진의 주목을 받고 있다. 바로 노스 다코다의 파르고와 베드백. 이 두 지역은 그레이트플레인스소프트웨어와 내비전이라는 두 업체가 둥지를 틀고 있던 곳이다. 양사는 MS가 오랫동안 눈독을 들여온 회계·재고관리·자재주문 및 공급처 관리 등을 전산화해주는 소프트웨어 전문업체로, MS는 아직 미개척인 이들 분야에 출사표를 던지기 위해 이 두 업체를 전격 인수, 일약 빅5 전사적자원관리업체(ERP:Enterprise Resource Planning)로 부상했다.표참조

 하지만 MS가 시장 확대를 위해 애면글면하고 있는 세계 ERP시장은 결코 만만치 않다. 독일 대형 소프트웨어업체인 SAP가 17%로 정상을 차지하고 있는 것을 비롯해 오라클(6.5%), 피플소프트(5.9%), 에드워즈(2.5%) 등이 탄탄한 4강을 형성하고 있다. MS는 그레이트플레인스 등을 인수했지만 겨우 2% 점유율에 그치고 있다.

 기가인포메이션그룹 애널리스트 폴 해머먼은 “MS의 야심은 데스크톱PC 플랫폼을 넘어 이제 회계 분야는 물론 기업의 비즈니스에 필요한 모든 엔터프라이즈 시장에서 거인으로 부상하는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는 “하지만 데스크톱PC 플랫폼(OS)의 90% 이상을 장악하고 있는 MS에도 아직 이들 분야는 험난한 산”이라고 덧붙였다. MS가 새로운 시장에 눈독을 들이고 있는 것은 명확하다. 주력제품 중 하나인 사무용 소프트웨어 ‘오피스’ 매출이 점차 줄고 있기 때문이다. 보다 심각한 것은 소비자들이 앞으로도 ‘오피스’에 대해 지갑을 열려고 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MS의 한 경영진은 “일반 소비자와 기업용 시장에서 데스크톱PC 애플리케이션 위력이 갈수록 쇠퇴하고 있다. 이미 이들 시장은 성숙기에 접어들었다”며 “오피스 다음 버전으로 업그레이드시키는 것이 날이 갈수록 힘들다”고 토로하고 있다. 이처럼 기존 제품만으로는 매출확대에 한계를 느낀 MS는 미래의 광맥으로 평가받고 있는 두 핫이슈 시장인 전사적자원관리와 고객관계관리(CRM:Customer Relationship Management) 시장에 새로운 승부수를 던지고 있는 것이다.

 MS의 새 발걸음으로 종업원 500명 미만의 중견·중소(SMB:Small and Medium size Business)기업 시장에 대한 중요성이 덩달아 높아지고 있는데 이와 관련해 스티브 발머 MS 최고경영자(CEO)는 “컴퓨터 시장의 큰 부분은 엔터프라이즈(대기업·공공기관 등)나 소비자 시장이 아니다. 바로 SMB 시장”이라고 최근 강조하며 “SMB 시장이 주목할 만한 우리의 새 매출처”라고 언급했다.

 하지만 MS가 새로운 승부수를 띄운 CRM과 ERP시장에는 이미 SAP, 시벨 같은 만만치 않은 선발업체들이 버티고 있어 자칫 ‘상처뿐인 영광’에 그칠 수도 있다고 일부 전문가들은 지적하고 있다. 비록 MS는 “SAP이나 시벨 같은 기업의 제품과 우리 제품이 겹치는 것이 매우 적어 경쟁이 그리 심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하고 있지만 발머 등 MS 경영진은 내심 우려의 마음을 떨치지 못하고 있다.

 과거 MS가 새로운 시장에 진입할 때 내놓곤 했던 ‘에이스 카드’는 낮은 가격이었다. 오라클에 대항한 데이터베이스관리 소프트웨어 ‘SQL 서버’가 그랬고 노벨이 주도하던 근거리 네트워킹 소프트웨어 시장에 문을 두드릴 때도 그랬다.

 전문가들은 MS의 이러한 ‘옛 무기’가 이번에도 또 모습을 보일 것으로 보고 있다. 실제 MS는 연내 내놓을 완성 패키지 형태의 CRM 제품을 2만∼3만달러에 발표할 계획인데 이는 메이저 경쟁사 제품의 가격이 최소 10만달러에 달하는 것을 감안하면, 그야말로 파격적 가격이다. 여기에 컨설팅과 통합 비용 등을 더하면 경쟁사 제품의 가격은 수백만달러대로 껑충 뛴다. MS가 얼굴에 미소를 가득 머금고 있는 것도 바로 이러한 가격 이점 때문이다.

 사실 MS는 지난 90년대말 기업들이 Y2K를 피하기 위해 새로운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을 앞다퉈 도입했을 때, 이의 특수를 놓친 뼈아픈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래서 MS는 앞으로 2∼4년간 예상되는 또 한번의 엔터프라이즈 애플리케이션 붐만은 절대 놓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그레이트플레인스와 내비전 인수는 이때문에 이루어진 것인데 11억달러의 인수비용이 들어간 그레이트플레인스는 작년에 3억달러의 매출을 기록했다. 14억5000만달러에 인수한 내비전의 작년 매출은 1억8100만달러로, MS가 유럽시장에 즉각 진출하는 효과를 가져다 주기도 했다. 이들 두 회사는 현재 마이크로소프트 내부에서 ‘비즈니스 솔루션’(Business Solution)이라는 사업 부문을 이루고 있는데 발머가 MS의 핵심 사업부서로 꼽은 7개 비즈니스 부서 중 한 곳이다.

 하지만 ‘비즈니스 솔루션’ 부문이 창을 들이대고 이는 SAP의 경우 작년 매출이 72억4000만달러에 달해, 아직은 새우와 고래의 싸움격이다. MS는 “매출 확대를 위한 ‘비장의 카드’가 있다”고 밝히고 있지만 전문가들은 “새우가 고래를 삼키기는 힘들 것”이라며 힘겨운 싸움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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