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IT경기` 통신4사 실천에 달렸다

국내 통신서비스 4사가 올 연말까지 1조8000여억원에 이르는 자금을 투자해 IT경기 활성화에 나서기로 했다. KT와 SK텔레콤, KTF, LG텔레콤 등 통신 4사는 최근 공동기자 회견을 갖고 올해 중으로 각종 설비구축에 1조3000억원을 투자하는 것을 비롯해 IT투자조합 설립에 3000억원, 대학의 기초연구 및 인력양성과 장학기금조성에 각각 1000억원씩 모두 1조8000여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라고 발표했다.

 이번 투자발표는 최근들어 우리나라 IT경기가 침체국면에 빠져 있는 상황에 나온 것이어서 정보통신 업계로선 여간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특히 업체들이 공동으로 투자계획을 발표하고 거액의 돈을 한꺼번에 투자하기로 한 것은 통신장비업체들과 관련업체들의 매출부진을 해소하는데 크게 도움이 된다는 점에서 환영할만하다.

 그동안 국내 IT산업은 우리경제의 성장엔진 역할을 다해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세계적인 IT경기 침체에도 불구하고 우리 IT산업은 내수와 수출부문에서 30% 정도의 견실한 성장을 이룩하면서 발전을 거듭해 왔다.  

 IT산업이 이러한 고도성장을 이룩할 수 있었던 것은 서비스 고도화를 위한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선행투자가 IT산업의 유효수요 창출, 기술개발 촉진, 제조업 경쟁력 강화 및 새로운 서비스 수요 창출로 연결되는 선순환 구조를 형성해 나타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올 하반기 미국 경기침체에 따른 IT수출 불안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기간통신사업자들의 설비투자 축소까지 겹칠 경우 선순환 구조가 붕괴되어 국내 IT산업이 총체적인 위기에 직면할 우려가 높은 실정이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그동안 축적된 투자여력을 바탕으로 투자를 확대해 국내 IT산업의 경쟁력을 높이는 것은 물론 이를 통한 새로운 서비스개발과 품질 고도화를 촉진함으로써 정보통신분야에서 세계시장을 리드할 수 있는 잠재력을 키워 나가기 위해 이번 조치를 취한 것이다.

 기간통신 4사는 이러한 투자 확대를 통해 궁극적으로 이용자에 대한 서비스 수준을 높이고 국내 IT산업의 성장잠재력을 배양함으로써 2004년 이후로 예상하는 세계 IT경기 회복기에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하지만 통신업체들의 IT투자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위해선 해결해야 할 과제들이 많다. 

 이번 기간통신 4사들의 IT투자 계획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업체들간 공동합의가 아니라 실천이라고 본다. 이번 통신업체들의 IT경기를 활성화하기 위해 공동으로 나섰다는 점에서 그동안 전례가 없던 일로 받아들여지지만 업체들이 이를 지키지 않는다면 아무 소용이 없다. 어렵게 마련된 업체들간 공동합의가 제대로 이루어지기 바란다.

 또한 IT투자에 대한 세부계획을 제때에 수립해야 한다. 업체들은 연내에 각종 설비증설에 1조원이 넘는 거액의 자금을 투자한다고 밝히고 있지만 각종 통신설비 도입이나 펀드조성 등을 3개월만에 처리하기에는 여러가지로 어려움이 많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지금부터라도 구체적인 설비도입 계획을 발표하고 장비공급업체들로 하여금 이에 적극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이와함께 서비스업체 4사가 공동으로 조성해 운영할 IT펀드에 대한 대책 마련도 중요하다. IT전문펀드가 성공적으로 정착하려면 가능성 있는 분야를 정확하게 선별하는 전문성을 갖춘 운영주체를 결정하는 게 무엇보다 필요하다. 통신서비스업체들은 이러한 점을 고려해 IT전문펀드 조성을 위한 실무협의체를 조속히 구성해 긴밀한 협의를 벌여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