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상원 넥슨 사장 thing@nexon.co.kr
뭔가 재미있고 사람들에게 흥미를 줄 수 있는 엔터테인먼트를 만들기 위해서는 다양한 소재가 필요하다. 소재라는 것은 영화 ‘스파이더맨’을 만들기 위해 만화 스파이더맨이, ‘반지의 제왕’이라는 게임을 만들기 위해서는 반지의 제왕이라는 소설이 필요하듯 원본이 되는 소스가 필요하다는 뜻이다. ‘소재’라는 것은 어떤 것이 먼저 나와야 한다라고 정의할 수 있는 것은 없다. 소설이 먼저 인기를 끌면 그것을 소재로 게임이나 음악 등이 출시되는 것이고, 영화가 인기를 끌면 동일한 소재로 책이 출판되는 등 그 경우는 매우 다양하다.
게임에 있어서도 게임을 만들 수 있는 원본 소스, 바로 ‘소재’가 필요하다. 이 소재의 필요성 때문에 게임산업이 문화콘텐츠 산업의 한 부분에 포함될 수 있는 것이다. 유저들은 게임을 즐기면서 게임의 전체적인 스토리를 쉽게 습득하게 되고 이런 과정을 통해 우리나라의 문화를 다른 곳에 전파할 수도 있으며 처음 듣는 영국의 고대 드루이드교도들의 생활 등을 접할 수 있게 된다.
게임을 만들다보면 우리나라를 소재로 하여 만들 수 있는 시나리오 구성 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하게 된다. 솔직히 우리나라를 소재로 한 소설과 영화 등 게임의 소재로 삼을 만한 원본적인 요소들은 너무나 빈약한 것이 사실이다. 넥슨은 95년, 고구려를 배경으로 한 만화책을 원작으로 온라인 게임 ‘바람의 나라’를 제작했다. 당시 차별화되고 독특한 콘텐츠를 구상하던 중 제작하게 된 ‘바람의 나라’는 게임으로도 크게 성공해 만 7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한국의 고대 정서를 가장 잘 반영한 게임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그후 후속 게임개발을 기획하기 위해 많은 콘텐츠들을 검토해보았으나 부족한 점이 많다는 것을 뼈저리게 느꼈다. 가까운 나라 일본의 경우 대단히 많은 장르와 많은 종류의 애니메이션들이 있어 이것들이 게임의 소재로 쓰인다는 것과 비교하면 가슴아픈 일이다.
게임 사용자들은 게임을 처음 선택하는 데 있어 나름대로의 몇가지 기준을 가지고 있다. 자신이 좋아하는 게임을 만들었던 제작사 작품인지, 좋은 게임을 유통하는 유통사가 발표한 작품인지, 하다못해 게임 패키지박스에 적혀 있는 게임 내용이나 이미지 등이 마음에 드는지 등 여러가지 요소들이 작용하는데 그 중에서도 선택에 가장 많은 영향을 주는 요소는 ‘게임의 내용이 자기가 쉽게 접근할 수 있는 것인지’이다.
예를 들어 루카스아츠에 나오는 게임들을 보면 누구에게나 친숙한 ‘스타워즈’를 배경으로 하고 있다. 최근 이슈가 되고 있는 ‘원소스 멀티유즈’의 좋은 사례라고 할 수 있다. 스타워즈 이외에도 많은 게임들이 영화 스토리를 배경으로 제작이 되어 평균 이상의 수익은 내고 있는 듯하다. 이런 이유로 인해 많은 사람들은 이런 흥행영화를 이용한 콘텐츠를 게임 흥행을 보장하는 보증수표쯤으로 생각하기도 한다.
반면 미국에서 히트한 온라인 게임이 한국에서는 성공을 하지 못하는 이유는 뭘까. 한국과 미국의 시장이 다르다는 뜻이고 이 시장이 다르다는 뜻은 게임 내부의 콘텐츠가 서로 이해 불가능하다는 뜻이다. 마찬가지로 한국의 게임들이 북미에서 힘을 쓰지 못하는 것은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온라인 게임의 경우는 게임의 내용이 부족하다는 것이 가장 큰 원인이라고 생각한다. 북미에서 통할 수 있는 내용을 라이선스를 통해 해결하고 제작하는 것이 이 한계를 극복하는 길이 아닐까 한다. 또 우리만의 독특한 게임을 위해 역사적 자료, 동양사상 등을 게임과 접목시키려는 노력도 같이 병행해야 할 것이다.
해외를 공략하기 위해서는 해외의 콘텐츠를 잘 가지고 와서 제작을 해야 겠고, 국내 게임의 발전을 위해서 한국만의 고유한 콘텐츠도 많이 개발해야 한다. 엔터테인먼트 산업에서 게임은 다른 문화산업의 발전과 병행되지 않는 한 반쪽짜리의 발전, 그 이상을 넘어설 수 없다. 다양한 문화를 수용해 줄 수 있는 수요가 있어야 하고 그에 따른 다양한 시도들이 있어야 겠다.
이처럼 여러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본바탕인 만화영화나 영화 등에서 다져진 노하우들이 게임쪽으로 원활하게 이전을 할 때에야 비로소 문화콘텐츠 수출국가로서 한국의 위상이 높아질 것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