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온라인 게임시장 변혁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이 새로운 변혁기를 맞고 있다. 스퀘어가 최대 히트 게임인 ‘파이널팬터지일레븐(FF11)’을 PS2용 온라인게임으로 출시하면서 온라인게임 붐 만들기에 나선 데 이어 다시 이를 PC용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하고 나서고 있다.

 또 소니는 최근 북미에서 인기를 끌고 있는 PC용 온라인게임인 ‘에버퀘스트’를 일본에도 서비스하기로 하는 등 온라인게임시장 공략에 본격 나섰다. 여기에 가정용 게임기 메이커인 소니컴퓨터엔터테인먼트(SCE)가 플레이스테이션2(PS2)를 플랫폼으로 하는 게임정보 제공 서비스에 나서는 등 게임기와 인터넷 퓨전 전략을 한층 강화하고 있다.

 이들 세가지 움직임은 모두 온라인게임을 매개로 한 유사한 도전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전혀 다른 시각에서 온라인게임에 접근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일본에서 온라인게임은 아직 이름이 생소한 신 개척영역에 불과하다. 따라서 확실한 비즈니스 모델이 성립돼 있지 않다. 이런 미지의 분야에 최근 눈독을 들이기 시작하는 곳이 PC메이커와 인터넷서비스제공업자(ISP)다. 최근 일본내 초고속 인터넷망 접속자수가 500만명을 넘어서며 본격적인 광네트워크(브로드밴드) 시대에 진입하고 있어 PC용 온라인게임이 킬러콘텐츠가 될 가능성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을 무기로 PC를 판다=일본내 컴퓨터 시장 4위 업체인 델컴퓨터는 게임소프트웨어 제작업체인 스퀘어와 손을 잡고 최신 온라인게임인 ‘FF11’을 탑재한 개인용 데스크톱 컴퓨터 ‘디멘션4500’을 31일부터 시판에 들어갈 예정이다.

 델컴퓨터는 최근 일본 기업용 컴퓨터 시장에서 급성장하며 일본 컴퓨터 메이커들에 위협적인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하지만 일본내 출하대수의 80%가 기업용에 집중돼 있어 상대적으로 가정용 분야에선 아직도 마이너에 속한다. 일본 델의 후키노 회장은 “가정용 컴퓨터의 확대에는 엔터테인먼트성이 불가피하다”며 온라인게임을 탑재한 PC 출하를 출하하고 나섰다. 이보다 앞서 NEC와 후지쯔는 한국의 게임 퍼블리싱업체인 테라코리아와 협력 계약을 체결, 시멘텍의 ‘헬브레스’와 새안IT의 ‘에폭’, 트리플다이스의 ‘침묵의 천사’ 등 한국 온라인게임 서비스 사이트에 바로 연결하는 아이콘을 인터넷 초기화면에 띄우기로 했다.

 향후 한국 온라인게임을 자사 PC에 번들 형태로 제공하는 방안도 검토하고 있다. 이는 PC메이커들이 요즘 PC 기능 향상보다 사용성이나 편의성을 앞서 내세우는 경향과 일맥 상통한다. ‘인터넷을 사용하기 편한 PC’를 홍보하기엔 온라인게임이 제격이며 또한 게임이 일본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존재기 때문이다. 물론 자사가 제공하는 온라인게임이 인기를 끌 경우 그만큼 브랜드 홍보효과 및 실질 판매 증대에도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한 몫하고 있다.

 ◇ISP도 온라인게임에 눈독=소니는 자사의 ISP인 소넷을 통해 최근 북미에서 인기를 얻고 있는 PC용 온라인게임인 ‘에버퀘스트’를 일본에서 서비스하기로 방침을 정했다. 소니픽처스엔터테인먼트의 자회사인 소니온라인엔터테인먼트가 99년 3월부터 서비스하고 있는 ‘에버퀘스트’는 북미에서 33만명의 유료회원을 가지고 있는 등 전세계 43만명의 유료회원을 가지고 있다.

 일본에서는 12월부터 일본어판 베타서비스를 개시할 예정이다. 내년 2월부터 정식 서비스될 예정이며 게임 패키지는 5000엔 정도, 월 이용료는 1000엔 정도가 될 것으로 예상한다. 일본 ISP업계는 올해 들어 경쟁 격화 및 수익성 악화로 일대 위기의식에 처해 있다. 인터넷접속료만으로는 채산성을 맞출 수 없다는 판단아래 적극적으로 수익원을 찾아 나서고 있는 상황이다. ISP들에 PC용 온라인게임은 새로운 수익원으로서 안성맞춤으로 여겨지고 있다.

 온라인게임이 일본에서 성공할지 여부에 대해 주판알을 부지런히 튀기면서 서비스를 준비하고 있다. 이미 몇몇 ISP를 중심으로 게임정보 제공 등 게임 관련 콘텐츠서비스가 시험적으로 시도되고 있다. 이에 따라 소넷을 계기로 다른 ISP가 온라인게임 시장에 잇따라 뛰어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게임기가 브로드밴드 플랫폼으로=SCE는 최근 인터넷 접속이 가능한 가정용 게임기인 PS2를 통해 게임소프트웨어의 신작 정보를 제공하는 서비스를 개시했다. 이에 앞서 게임기인 PS2는 지난 5월 스퀘어의 ‘FF11’를 PS2용 온라인게임으로 서비스하면서 12만명이 넘는 이용자를 확보했다. 이번 게임정보 제공 서비스는 이들을 대상으로 ‘인터넷 접속 플랫폼’으로서의 PS2에 충성도를 높이는 한편 이용자 확대를 노리고 있다.

 SCE는 지금까지 단순하게 게임을 즐기는 도구로만 인식되던 게임기에 브로드밴드라는 새로운 날개를 달기 위해 고심하고 있다. 이를 위해 PS2를 통해 즐길 수 있는 콘텐츠 개발에 전념하고 있다. 이미 SCE, 코에이 등 메이저 게임개발업체들이 PS2용 온라인게임을 개발하고 있다. SCE는 온라인게임을 징검다리로 해 충분한 이용자가 확보되면 게임뿐만 아니라 동영상, 음악 등 엔터테인먼트 콘텐츠를 제공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