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지난달 소매판매액이 주가 하락과 이라크 전쟁 발발 위기로 인한 소비심리 위축의 영향으로 10개월 만에 최대 폭으로 감소된 것으로 조사됐다.
미국 소비자 경제 신뢰도도 10월 들어 9년 만에 최저치로 떨어져 다가오는 휴가 시즌 경기 전망을 어둡게 했다.
미 상무부는 최신 조사 보고서에서 지난 9월 미 소매판매액이 전월에 비해 1.2%가 줄어들어 지난해 11월 이후 가장 큰 폭으로 감소했다고 밝혔다. 소매판매액은 지난 8월에는 0.6% 늘어났다.
9월 소매판매 위축에 가장 큰 영향을 미친 부문은 자동차 판매로 4.8%나 감소했으며 가구·전자제품·의류 소비도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자동차 판매액은 기업들이 무이자 할부금융 혜택을 계속 제공하는 데도 불구하고 8월 1.5% 증가했다가 9월에 다시 4.8% 감소했다. 자동차 판매액을 제외한 9월 소매판매액은 0.1%가 늘어났다.
아구스리서치의 경제학자인 리처드 야마론은 이에 대해 “미 경제와 금융시장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소비심리가 위축됐다”고 해석했다.
소비자 지출은 미 경제 활동의 3분의 2를 차지할 만큼 주요한 경제지표다. 소비자 지출은 지난해 침체기간에도 크게 줄어들지 않아 그나마 버팀목 역할을 해왔다.
애널리스트들은 소비자 지출이 경제를 다시 침체로 몰고 갈 정도로 큰 폭으로 위축되지는 않겠지만 현 4분기 소비 침체가 경제 회복을 둔화시킬 것으로 예측했다.
미시간대학은 상무부의 소비자 지출 보고서와는 별도로 자체 조사 보고서에서 경제에 대한 소비자 신뢰지수가 9월 86.1에서 10월 80.4로 낮아져 93년 가을 이후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졌다고 밝혔다. 경제전문가들은 소비자 신뢰 하락과 소매판매액 감소는 이라크 전쟁 발발과 고용시장 침체, 불안한 주식시장에 대한 소비자의 우려를 반영한 것이라고 진단했다.
미 노동부는 또 다른 보고서에서 도매물가가 8월에는 변동이 없었고 9월에는 0.1% 상승에 그쳤다고 밝혀 다소 위안을 주었다.
경제전문가들은 이 통계치가 인플레이션이 경제에 위협이 되지 않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고 해석했다. 미 연방준비제도이사회(FRB) 정책결정자들도 인플레이션율이 낮아 단기금리를 계속 낮은 수준으로 묶어둘 수 있는 여유가 생긴 것으로 해석했다. FRB는 지난달 경제 회복 속도에 대한 우려감에 단기금리를 41년 만의 최저 수준으로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