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데이터플레이 `찬밥신세` 전락

 지난해 초 등장해 차세대 저장장치로 각광을 받던 데이터플레이가 실망스런 기기로 전락했다.

 데이터플레이는 지난해 1월 라스베이거스 가전 박람회에서 탁월한 제품으로 선정되면서 음악 저장 미디어의 혁명을 이끌 기대주로 여겨졌었다. 이는 데이터플레이가 25센트 동전만한 디스크 1장에 앨범 5장을 저장하고도 뮤직 비디오와 사진 등 각종 자료를 담을 수 있을 정도로 저장 공간이 넉넉했기 때문이다.

 데이터플레이를 개발한 데이터플레이는 이로 인해 삼성전자를 비롯해 인텔, 이메이션 , 소닉블루, 크리에이티브랩스 등 대기업들로부터 자금 지원을 받을 수 있었다. 아울러 주요 음반사 가운데 3개사도 이 기술에 투자키로 약속했으며 그 중 하나인 세계 최대 음반사 유니버설뮤직그룹이 데이터플레이 포맷 기술에 1000만달러를 투자했다.

 하지만 콜로라도주 볼더에 본사를 둔 데이터플레이도 다른 신생사처럼 공통된 문제에 직면한 상태다.

 이 회사는 베스트바이와 굿가이즈 등 할인판매점에서 데이터플레이 플레이어가 판매되고 있다는 사실을 홍보해야 할 자금이 부족한 처지다. 데이터플레이는 두차례에 걸친 투자 유치로 1억2000만달러를 조달했으나 자금 수요가 늘어나면서 5000만달러를 추가로 유치해야 할 판이다. 이 회사는 궁여지책으로 최근 자사 전직원을 일시 휴직 조치했다.

 이 회사의 수석 부사장인 토드 오세스는 휴직 조치가 구조적인 문제라기보다 일시적 현상이라고 강변했다.

 데이터플레이는 포크 록 가수에서 데이터플레이의 투자자로 변신한 데이비드 크로스비의 공연이 곁들여진 화려한 라스베이거스 데뷰 이후 이렇다할 반향을 불러일으키지 못했다.

 새너제이에 있는 i리버아메리카라는 제조회사가 대당 350달러에 데이터플레이 플레이어를 지난 7월부터 소매점에 유통시켰으나 데이터플레이를 지원하는 3개 주요 음반사 중에서는 BMG뮤직만이 데이터플레이 포맷으로 녹음된 앨범을 출시했다. 반면 유니버설과 EMI는 이 회사가 탄탄한 재정 지원을 받을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다.

 휴대형 음악 플레이어 제조업체들도 플레이어 제조를 미루고 있다. 휴대형 MP3 플레이어 리오 제조업체인 소닉블루의 최고기술책임자였던 앤드루 울프는 “데이터플레이가 가격을 예상보다 50% 비싸게 책정한 데다 출시일도 18개월이나 늦췄다”고 지적했다.

 그는 “데이터플레이가 휴대형 MP3 플레이어 제조원가를 30달러 정도만 인상시킬 미니디스크 드라이브를 공급하겠다고 약속했었다”며 “하지만 광 픽업 드라이브 제조원가가 100달러에 육박했다”고 말했다.

 광 픽업 드라이브 제조원가가 이처럼 올라가게 되자 데이터플레이 플레이어 가격은 대당 350달러선에 달했다. 이는 180달러에 판매되는 소닉블루의 리오 S500과 같은 기본적인 MP3 플레이어보다 두배 정도 비싼 것은 물론 1000곡 이상의 노래를 디지털로 저장할 수 있는 애플의 299달러짜리 하드디스크 플레이어 i포드보다도 비싼 것이다. 소니의 미니디스크를 재생하는 넷MD 플레이어의 최저가 모델 가격도 150달러에 불과하다.

 데이터플레이에 이 같은 가격보다 더 큰 문제는 ‘마케팅 단절 현상’이다.

 우선 BMG와 독립 음반사 좀바가 데이터플레이 포맷에 맞춰 내놓은 14개 앨범들은 엔싱크나 아론 카터, 브리트니 스피어스 등 10대 위주의 노래를 많이 담고 있어 이 플레이어를 구매할 경제력이 있는 소비자층과 어울리지 않는다.

 MTV 상표를 단 휴대형 음악 플레이어를 제조하는 에벌루션의 마케팅 담당 부사장 하워드 블룸버그는 “350달러짜리 플레이어 구매자 가운데 브리트니 스피어스와 엔싱크를 듣는 구매자는 거의 없다”며 “데이터플레이 플레이어 고객은 최소한 20대 중반이나 그 위층”이라고 지적했다. 에벌루션은 지난 7월 데이터플레이 플레이어 생산을 자진 취소했다.

 그렇다고 모두가 데이터플레이를 이같이 금세 빛이 바랜 ‘불운의 기술’로 평가절하하는 것은 아니다.

 이메이션은 노스다코다의 모든 제조라인을 가동해 광 데이터플레이 공디스크를 생산해 왔다. 이 회사는 1회 쓰기 가능한 500MB의 양면 디스크를 계속 생산중이며 이 디스크 3개를 하나로 묶어 소매가 29달러 99센트에 판매하고 있다.

 BMG뮤직의 케빈 클리먼트는 “새 포맷은 하루 아침에 만들어지지 않는다”며 “이 포맷이 성공하는 데도 상당한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CD가 80년대 말까지 카세트를 따라 잡지 못했으며 본격적으로 구매되기까지 6년이 걸렸다”고 설명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