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원한 어린이의 친구로 남을 것 같던 일본의 게임업체 닌텐도가 성인 대상 게임으로 영역 확대를 꾀하고 있다. 이는 특정 계층의 사용자만으로는 영화산업을 능가하는 대중 산업으로 발전한 게임계의 주도적 위치를 차지하기 힘들다고 판단했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닌텐도는 ‘마리오’와 ‘포켓몬’ 등의 귀여운 캐릭터를 앞세운 게임으로 세계 어린이들의 사랑을 받아 왔다. 슈퍼 마리오가 등장하는 게임은 지난 21년 동안 전세계적으로 70억달러 어치가 팔려나갔다. 포켓몬도 세계 어린이들 사이에 열풍을 일으키며 닌텐도를 대표하는 캐릭터로 자리잡았다.
그러나 닌텐도는 어린이 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줄이고 성인 대상 게임의 비중을 확대하는 쪽으로 전략을 수정했다고 아시안월스트리트저널이 최근 보도했다. 이는 일본 내수 시장에서 젊은이의 수가 점점 줄고 있는데다 미국에서 복잡하고 정교한 성인용 게임이 점차 인기를 얻는 추세에 대응하기 위한 것이다.
현재 닌텐도는 피와 폭력, 공포가 난무하는 ‘영원한 어둠’ ‘무법 골프’ 등의 게임을 자사의 게임기 ‘게임큐브’용으로 이미 출시했거나 출시를 앞두고 있다. 또 닌텐도는 1억4000만달러의 홍보비를 쏟아부어 10대와 20대에 대한 마케팅을 집중적으로 행할 계획이다. 게임큐브와 우주비행 게임 ‘메트로이드 프라임’을 같이 사는 사람에겐 약간의 리베이트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성인 대상 게임 진출의 성패가 게임큐브의 생존 여부를 결정할 열쇠라고 보고 있다. 현재 관련업계에선 소니, 마이크로소프트(MS)와 게임기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는 닌텐도가 조만간 게임큐브를 포기하고 소프트웨어 개발에 집중할 것이란 설이 나돌고 있다.
게임 산업이 300억달러로 성장한 지금 “게임 시장의 승자가 되려면 어린이뿐 아니라 전체 게임 인구를 포괄할 제품군을 갖춰야 한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더구나 게임기 산업에서 3개 업체가 수익을 내며 공존한 적이 없었다는 점도 부동의 1위 소니, 자금력이 풍부한 MS와 경쟁해야 하는 닌텐도를 초조하게 하고 있다. 이에 따라 닌텐도는 ‘생존을 위해’ 성인 취향 게임 개발에 적극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게임 시장의 최대 성수기인 크리스마스를 앞두고 게임기 3사는 ‘PGA골프’ ‘스타워즈:클론의 전쟁’ 등의 신작 게임들을 대거 선보이며 시장 점령을 노리고 있다. 이 기간에 닌텐도는 약 80개, MS는 100여개의 새 게임들을 내놓는다. 그동안 가격 인하, 온라인 게임 서비스, 게임 CD 끼워팔기 등 격렬한 경쟁을 계속해 온 게임기 업체들의 일차 성적표가 이 시기에 판가름날 것으로 보인다.
장기적으로 닌텐도의 과제는 어린이들을 위한 ‘믿을 수 있는’ 게임이란 평판을 유지하면서 성인 대상 게임으로 영역을 넓히는 일로 지적된다. 게임의 폭력성이 사회적 우려를 일으킬 때, 닌텐도는 부모들이 안심할 수 있는 게임을 만드는 업체로 이미지를 구축하며 현재 위치에 올랐기 때문이다. 그러나 마리오를 즐기기엔 나이가 들어버린 청년들을 끌어들이기 위해 어린이 게임에서의 어느 정도 희생은 불가피한 것으로 보인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