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논단>지속발전 정상회의의 교훈

 ◆박 원 훈 산업기술연구회 이사장

 

 UNEP가 주관한 세계 지속발전 정상회의(WSSD:World Summit on Sustainable Development)가 지난 8월 말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요하네스버그에서 열렸다. 환경단체들은 실패작이라고 혹평을 하고 각국 정부대표는 성공적이었다고 자평하는 것을 본다. 국내 언론은 국내 산업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임으로 한고비를 넘겼다는 보도로 치중했다.

 WSSD는 10년 전인 1992년 6월 브라질의 리우데자네이루에서 개최된 UN환경개발회의의 10주년을 기념하는 ‘Rio+10’으로 기획된 것이다. 국제환경회의에 Rio가 연호처럼 기준이 되는 것은 리우회의가 100여국의 세계 정상급 대표가 환경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모인 최초의 지구 정상회의였기 때문이기보다는 이때 의제 21(Agenda 21)이 채택되었기 때문으로 본다.

 Agenda 21은 세계인의 21세기 지구환경보전 실천강령이라고 할 수 있다. 의제 21은 총 40장으로 구성되어 있으며 제1부는 국제협력·빈곤퇴치·소비행태·보건 등 사회경제문제, 제2부는 대기보전·산림·사막화와 한발·생물다양성·담수자원·유해화학물질 등 자원의 보존과 관리문제, 제3부는 여성·원주민·민간단체·지방정부 등 주요그룹의 역할강화, 제4부는 재정·기술이전·과학·교육 등 이행수단을 다루고 있다. 이번 WSSD도 Agenda 21의 10년간의 진척사항과 성과를 점검하고 대응전략을 수립하기 위함이었다.

 이는 UN과 국제회의에서 다루는 환경의 범위가 단순히 환경의 보전 및 관리뿐만아니라 환경보전과 연계된 사회·경제·과학기술·문화에 걸친 모든 관련분야임을 의미한다. 그래서 이번 WSSD에서도 기후변화, 대체에너지, 유해화학물질 같은 순수 환경문제 외에도 무역, 인권, 빈곤퇴치, 유아사망률, 어자원보호, 아동교육 등이 거론된 것이다.

 이번 WSSD에서 합의를 보지 못한 주요 쟁점을 열거해 보면 각국의 대외개발원조(ODA)를 GNP의 0.7% 지원 약속이행(한국은 현재 0.06%), 선진국의 농업보조금 철폐, 선진국의 공통적이기는 하나 차별화된 책임분담, 모범적 국가운영질서(Good Governance), 기업의 사회적책임, 세계연대기금(World Solidarity Fund), 각국의 재생가능에너지 이용률 의무화 등이다. 합의도출에 실패한 근본원인은 선진국과 개도국의 의견대립(남과 북의 대결)과 미국의 독자적 행보라고 보아야 한다.

 그러나 WSSD가 우리에게 주는 교훈은 Agenda 21이 속도는 느리나 차근차근 진행되고 있음으로 이에 사전 대응하지 못하면 환경후진국으로 낙인찍힐 뿐만 아니라 의외의 불이익을 받게된다는 사실이다. Rio+15, Rio+20은 어떤 형태로든 있을 것이다.

 물론 국제회의에 자국의 이익을 대변해야 하는 국가 원수들이 많이 모였다고 하여 더 좋은 실적을 올릴 수는 없는 것이 사실이라 이번 WSSD같은 대규모 회의가 다시 있어야 하는가 하는 회의론자도 많다. 그러나 Agenda 21 부문별로, 그리고 21세기를 지나면서 새로 발생되는 환경관련 문제는 우리의 유일한 서식지 ‘하나뿐인 지구’를 살린다는 명제 아래 국제협상이 계속 진행될 것이다. 그리고 그 결과는 한국의 산업 및 경제에 영향을 끼칠 것이다.

 한국의 전자산업도 WSSD를 강 건너 불 보듯 해서는 안 된다. 흔히 전자산업하면 클린 룸에서 먼지 하나라도 떨어질새라 온 몸을 흰 가운으로 가리고 일하는 청정산업으로 세인에 각인되어 있는데, 사실 전자제품도 환경오염의 결과물이다. 하나의 전자제품을 구성하는 부품들의 소재와 그 가공 공정을 추적해 가면 전자제품은 소재, 화학, 기계산업의 종합 제품임을 알게 된다. 따라서 한국의 전자산업이 한국에서 뿐만 아니라 세계시장에서 제1위의 자리를 유지하려면, 세계를 앞서가는 환경친화 전략을 채택해야만 한다. 전자산업의 Agenda 21이 수립되어야 한다. whpark@koci.re.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