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 전문가를 키우기 위한 풍토 조성을

 올해 노벨상 수상에서 가장 감동적인 것인 평범한 일본 직장인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것이다. 모두 알다시피 수상자인 다나카 고이치(田中耕一)씨는 시마즈(島津)제작소의 직원이었다. 그는 자기가 하는 일을 위해 승진도 거부하고 연구소에서 연구에만 몰두했다고 한다. 시마즈제작소가 고이치씨를 소장으로 한 부설연구소를 세우기로 했다는 소식은 노벨상 수상 발표 후의 일이다.

 고이치씨의 수상 발표 이후 고이즈미 총리는 이것이 바로 일본의 저력이라며 이제 일본은 다시 활기를 찾을 것이라고도 했다. 고이치씨는 이제 연예인 못지않은 인기를 누린다고 하는데 그 이유는 수상 소식 후에도 변하지 않는 업무자세, 겸손한, 소탈한 성품 때문이라고 한다.

그러나 이웃 나라인 우리가 일본의 노벨상 수상을 보는 시각은 그리 편치만은 않다. 우리나라가 올해 월드컵과 아시안게임을 성공적으로 개최했고 월드컵에서 4강, 아시아에서 2위를 했지만 그것만이 전부는 아닌 것이다. 세계 최초, 아시아 최고라는 뉴스가 심심찮게 등장하지만 왠지 허전한 것은 우리 사회의 지적 수준이 아직은 멀었다는 생각 때문이다.

 촉망받는 젊은이들은 고시에 매달려 고시 광풍이 불고 있고, 인기가 있는 학과에는 우수한 인재들이 몰려들지만 세칭 인기없는 학과, 알아주지 않는 분야에는 사람들을 찾기가 어렵다. 이공계는 죽어가고, 편하게만 살려는 풍토는 우리 정신이 아직은 선진의식을 갖지 못했다는 것을 말해준다.

 그런 풍토는 사회생활에도 이어져 기업이나 사회 각 분야에는 우수한 관리자들은 많을지언정 우수한 실무자들은 찾기 어렵다. 머리가 희끗히끗해지도록 실무에서 일하고 싶은 사람들이 일할 수 있는 사회 풍토를 만드는 것이 무엇보다 시급하다. 사회라는 유기체는 고시 합격자나 인기학과 전공자들만 필요한 곳이 아니다. 시계가 돌아가려면 시침·분침·초침 모두가 맞물려야 되듯이 건전한 사회는 모든 분야가 고르게 발전하고 모든 분야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고르게 대접받아야 한다. 그래야 자라나는 청소년들이 자기 적성에 맞는 공부를 하고 자기 소질을 개발하며 사회에 기여하고 살 수 있는 것이다.

 해마다 노벨상 소식이 들리면 호들갑을 떨고 체계적인 노벨상 수상 시스템을 만들자고 하는데 그것보다 더 중요한 것은 사회 각 분야의 전문가를 기르는 일이다. 승진을 하지 않고도 자신이 일하는 분야에서 행복을 느끼고, 만족하며 살 수 있도록 해주는 것이 장래의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하는 지름길이라고 생각한다. 그렇게 하면 우리나라도 자기 분야에서 열심히 일하는 평범한 사람이 노벨상을 수상하는 것은 시간문제라고 생각한다.

 서울시 양천구 목동 최재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