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전, 파워콤 우선협상자 데이콤으로

 한국전력은 파워콤의 지분매각과 관련 우선협상대상자인 하나로통신과 6주간(9월 9일∼10월 19일) 협상을 벌여왔으나 타결이 지연됨에 따라 차순위협상대상자인 데이콤에 ‘우선협상대상’ 지위를 부여하고 오늘부터 부터 다음달 말까지 6주간의 협상에 들어간다.

 한전은 또 협상시한을 3주 연기해줄 것을 요청한 하나로통신에 대해 데이콤에 이은 차순위 협상자로 지정해 협상을 병행할 방침이다.

 이로써 KT에 이은 최대의 유선망을 보유한 파워콤의 새 주인은 데이콤이 될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그러나 우선협상대상인 데이콤과 다음달 말까지 결론이 나지 않을 경우 하나로통신과 재협상해 지분매각을 마무리한다는 계획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우선협상대상자 교체 배경=매각조건에 대한 한전과 하나로통신의 입장 차이가 컸던 것으로 보인다. 하나로는 가격과 대금지급조건에 대해 의견접근을 보았다고 밝혔으며 한전측도 예정대로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고 여러 차례 강고해왔다. 따라서 매각가와 대금지급조건에 대한 양사의 합의를 가정한다면 당초 거론됐던 경영권과 지분매각에 따른 부대조건이 걸림돌이 됐을 가능성이 크다.

 예컨대 경영권의 경우 30%의 지분을 이번에 매각하더라도 대주주 지분은 한전측에 있어 이견이 생길 수 있고, 부대조건도 하나로통신과 컨소시엄을 구성한 외국계 투자사의 자금회수에 대한 사항이 걸림돌이 됐을 것이라는 분석이다.

 따라서 한전측이 우선협상대상자를 바꾼 것은 데이콤과의 협상을 통해 매각가격 등 유리한 매각환경을 이끌어내면서 동시에 하나로에 대해서는 한전측의 조건을 받아들이라고 압박을 가하는 이른바 양동작전으로 풀이된다는 게 관측통들의 분석이다.

 ◇데이콤, 한전측 매각조건에 주목=예상됐던 수순이라는 반응이다. 하나로가 자금여력이 없었던 만큼 협상 자체에 뜻이 있는 것이 아니고 파워콤이 데이콤에 넘어가는 상황을 막아보려는 게 목적이었다는 설명이다. 데이콤은 앞으로 CDP·SAIF·KTB네트워크·두루넷 등 컴소시엄 참여사와 파워콤 실사를 진행하면서 한전측과 최종 가격협상을 벌여 부대조건 등에서 하나로보다 유리한 환경조성을 시도한다는 방침이다. 한전측이 사실상 하나로와 매각협상을 중단한 만큼 그동안 준비해온 전략을 가다듬어 다음달 최종 계약을 성공적으로 마무리한다는 계획이다. 데이콤은 이에 따라 협상테이블에서 한전측이 어떤 매각조건을 제시할 것인가에 대해 큰 관심을 나타내고 있다.

 ◇하나로통신, 포기는 못해=우선협상대상자의 지위에서 차순위협상자로 밀려난 상황이 곤혹스럽다는 표정이다. 가격과 대금지급 조건 등 핵심적인 사안에 대해 의견접근이 이뤄진 상황에서 이를 추인할 이사회 개최(24∼28일 예정) 등을 위한 협상시한 연장 요청이 받아들이지 않은 데 대해 섭섭함을 나타내고 있다. 하지만 데이콤과 협상을 벌이면서도 자사와 협상을 병행키로 한만큼 아직 합의에 이르지 못한 사항에 대한 협의는 계속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즉 데이콤과 협상을 시작한다는 것이 자사와의 협상결렬을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보다 유리한 상황을 조성하는 것인만큼 기회는 다시 올 것이라는 설명이다.

 ◇한전의 입장=하나로와의 합의를 보지 못해 차순위협상대상자인 데이콤에 우선협상권을 넘긴 것이라고 일단 밝히고 있다. 하나로측에 차순위협상 지위를 주고 협상을 병행하는 것은 데이콤과의 협상이 결렬될 때를 대비한 것이라는 설명도 달았다. 한전측은 하나로와 마찬가지로 이번주부터 6주간의 협상시한을 갖고 데이콤과 협상을 벌이고, 다음달까지는 데이콤이든 하나로통신이든 파워콤의 지분매각 계약을 마무리한다는 방침이다.

 ◇전망= 데이콤이 파워콤의 주인 자리에 보다 근접한 것으로 전망된다. 한전측이 데이콤에 우선협상권을 준 것은 데이콤과 협상이 결렬될 경우 하나로에 협상권이 돌아간다는 것을 의미하기 때문이다. 데이콤 또한 파워콤의 지분인수 의지를 분명히 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파워콤의 민영화는 쉽지 않은 난관이 곳곳에 산재해 있다는 것이 관측통들의 관측이다.

 일단 데이콤과 한전측이 가격에 대한 시각차를 어떻게 극복하느냐가 관건이 되고 있다. 한전측이 당초 하나로를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것은 가격과 대금지급 조건이었던 만큼 데이콤과는 이에 대한 시각차가 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한전측의 파워콤 민영화에 대한 의지도 불분명하다는 점도 걸림돌이다. 실제로 데이콤과 협상이 제대로 안될 경우 곧바로 12월 정국으로 넘어가 공기업의 민영화는 결국 공염불이 되고 말 것이라는 관측이다.

 관측통들은 비록 순서는 정했으나 두 회사와의 협상을 병행하는 것은 향후 논란의 불씨로 작용할 수도 있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