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컴퓨터통신 사장 강태헌 thkang@unisql.com
‘열 길 물 속은 알아도 한 길 사람 속은 모른다’는 속담이 있지만 낚시를 하다 보면 한 길 물 속도 모르긴 매 마찬가지다. 웬만한 꾼들은 척 보면 고기가 많이 잡힐 만한 포인트를 짚는다고 하지만 난 아직 그럴 실력까지는 못 되다 보니 그저 편한 곳 골라서 앉아 고기가 올라오길 기다리는 정도이기 때문이다.
만사를 잊고 한 곳에 몰두하는 것이 좋아 가끔씩 낚시를 즐기는데 고즈넉한 민물낚시보다는 험한 파도와 바람의 힘을 느끼는 바다낚시를 좋아하는 편이다. 낚시를 즐기던 초창기에 지인과 함께 남해안으로 출조한 적이 있었다. 몇 그루의 나무와 한 채의 바위로 외롭게 떠있는 이름없는 무인도에 내려 낚싯대를 드리웠다.
처음에는 그저 남해의 풍경과 무인도에서의 외로운 낚시라는 정취에 취해 어려운 줄 몰랐지만 시간이 흐르면서 함부로 움직일 수도 없는 바위와 거센 파도, 바다 바람에 점점 육체적 괴로움이 커지기 시작했다. 그런데 더욱 괴로운 것은 불과 5m가 안 되는 거리인데도 옆의 지인은 부지런히 튼실한 고기를 낚아 올리는데 나는 입질조차 없는 것이었다. 낚싯대 탓도 해보고 미끼 탓도 해봤지만 도리가 없었다. 결국 몇 마리 조무래기만 낚고선 낚시를 마감하려던 찰나 묵직한 손맛에 힘차게 끌어올린 낚시끝에는 그날 우리 두 사람이 잡은 고기들과는 비교가 안 되는 엄청난 월척이 올라오는 것이 아닌가. 한 길 물 속 모르기는 마찬가지라는 생각이 들었다.
기술과 시장 변화가 몹시 빠른 IT사업에 매달리면서 나는 항상 한 가지를 경계해 왔다. 즉 이미 죽은 시장이거나 아니면 여러 갈래로 분할되고 있는 시장인데 그것도 모르고 애초 솔루션을 가지고 열심히 뛰고 있는 것은 아닌지 하는 것이다. 나름대로의 선견과 가능한 한 많은 학습을 통해 그런 시장에서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판단으로 앞을 향해 나가고 있지만 가끔씩 낚시를 할 때면 문득 날이 저물 때까지 고기 한 마리 물지 않을, 한 물 가버린 시장에서 나 혼자 사력을 다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스스로에게 되묻는 기회가 되곤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