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칠레 FTA체결과 과제

 한국과 칠레간 자유무역협정(FTA) 체결을 위한 협상이 막바지 단계에 이른 모양이다. 한국과 칠레, 양국 정부 대표단은 최근 스위스 제네바에서 승용차·휴대전화 등 대부분의 제품에 대해 상호 무역시장을 개방하는 FTA를 체결하기로 하고 마지막 절충작업을 벌이고 있다. 우리 측이 금융서비스 개방을 포함시킬 것을 고수하는 바람에 타결이 완전히 마무리 된 것은 아니지만 그동안 FTA 교섭에 가장 큰 걸림돌이었던 시장접근 부문에서 두 나라가 거의 의견접근을 이뤘다는 점에서 타결의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이번 FTA 체결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제품은 가전제품이다. 칠레정부는 이번 FTA협상을 벌이면서 무선전화기와 컬러TV·VCR 등 각종 가전제품의 관세를 철폐하는 대신 세탁기와 냉장고의 관세는 협정체결 후에도 종전대로 유지하겠다는 입장이다. 칠레가 다른 가전제품에 대해선 관세를 철폐하면서 유독 세탁기와 냉장고를 관세 철폐 예외품목으로 지정한 것은 자국 제품의 경쟁력 확보와 함께 우리나라의 칠레산 사과와 배에 대한 관세 부과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의 의미가 크다.

 하지만 우리나라와 칠레간 FTA 체결에 대한 전자업체들의 반응은 전반적으로 긍정적이다. 전자업체들은 이번 FTA가 체결될 경우 가전제품의 중남미 수출이 활기를 띨 것으로 보고 있다. 이번 협상에서 관세가 철폐된 무선전화기의 경우는 칠레 정보통신 분야의 성장세 지속, CDMA 방식 도입 등에 힘입어 수요가 확대되고, 컬러TV·VCR 등 각종 전자제품은 브랜드 이미지와 소비자의 신뢰도가 높아 중남미지역에서 견고한 시장우위를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

  특히 이번 관세 철폐 예외제품으로 지정된 세탁기와 냉장고의 경우도 가격 면에서 칠레제품에 밀려 다소 어려움이 있긴 하지만 그동안 브랜드 인지도와 현지유통망을 통해 시장점유율을 높혀 온터라 그렇게 큰 영향은 없을 것이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이미 일부 업체들은 우리나와 칠레간 FTA 체결에 대비해 나름대로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전자의 경우는 우리나라와 칠레간 FTA가 체결되면 중남미지역 시장이 활성화할 것으로 보고 현재 200만대로 예상되는 이 지역의 수출물량을 2년 이내에 500만대로 늘린다는 방침이다. LG전자도 멕시코와 브라질에 있는 가전제품의 생산라인을 늘리기로 하고 시장조사에 나서는 등 본격적인 실무작업에 착수했다.

 이들 업체 관계자들은 이번 한·칠레간 FTA가 체결될 경우 단기적으로는 5∼10%에서 장기적으로는 10∼20%의 수출증대효과를 기대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수출불황을 겪고 있는 가전업체들의 입장에서 보면 획기적인 일이 아닌가 싶다.

 그러나 우리가 이번 칠레간 FTA체결이 타결된다면 우선 관세철폐 제품에서 제외된 세탁기와 냉장고의 무관세화를 꾸준히 추진해야 한다. 특히 중남미지역에 대한 우리나라 냉장고와 세탁기의 수출이 적지 않다는 점을 고려해 가능하면 빨리 이들 제품이 무관세 품목으로 지정될 수 있도록 정부가 협상력을 발휘해야 할 것이다.

 또한 이번 칠레와 FTA 체결을 시작으로 세계 각국과 FTA 협상을 늘려 나가는 것도 중요하다. 최근들어 수출환경이 악화되고 있고, 세계 각국이 경쟁적으로 FTA를 추진하고 있는만큼 우리도 이에 뒤처져서는 안된다.

 교역규모나 경제적 파급효과를 감안해 세계 각국과 FTA 체결을 추진해 나가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