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정 이포넷 사장 sjlee@e4net.net
최근 회사 업무상 지난달 일본 오사카에서 열린 동아시아 비즈니스 포럼에 다녀왔다. 이 포럼의 목적은 오사카 시정부가 한·중 유망 정보기수(IT)업체들이 오사카로 진출해 사업을 벌일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하기 위한 것이었다.
오사카 시에서는 모든 행사 비용과 체류비 일체, 숙박비의 50%를 부담하고 참가 업체의 편익을 돕기 위해 일대일 통역까지 마련해 주면서 동아시아 국가들의 IT 도입을 원했다.
처음 이 행사에 초청받아 일본에 가게 될 때만 해도 ‘우리 기술로 일본에 팔 수 있는 제품이 있을까’하는 의구심을 가졌다.
하지만 막상 포럼에서 행사에 임하는 일본인들의 태도와 개별 상담을 원하는 업체들의 열의에서 일본이 바라보는 한국 IT의 위상과 나아가 전세계 속에서 한국 IT의 위상이 높아졌음을 실감했다.
일본 기업들은 한국의 발전된 IT에 대해 부러움과 동경을 갖고 있었다. 이미 한국에서는 국가 주도로 일반화되고 있는 전자입찰 패키지와 확장성표기언어(XML)를 기반으로 한 B2B 솔루션에 대해 소개했을 때 “이런 제품을 정말로 자체 개발한 것인가” “이런 제품을 이용하면 여러 분야에서 유용하게 사용될 수 있겠다” “이 제품을 우리가 일본에 판매해도 되겠냐” 등 몇 년 전에는 기대도 할 수 없었던 질문들이 쏟아졌다.
일본 최고의 B2B 포털 사이트를 운영하는 교포 3세 사장은 올해 일본의 유력 경제신문에서 수여하는 올해의 인물상을 받을 정도로 자신이 운영하는 사이트가 일본 내에서 매우 폭넓게 사용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뒷단의 시스템이 너무나 보잘 것 없어서 한국 업체에 시스템 개발을 의뢰하고 싶다고 말하기도 했다.
우리가 도착하기 얼마 전에는 일본 TV방송에서 연속 다큐멘터리를 통해 한국 기업의 IT를 도입해 생산성이 향상된 일본 기업에 대해 소개했다고 한다. 포럼에서 만난 일본인들은 IT 분야에서의 한국의 도약에 놀라움을 표시하면서 몇 년 전만 해도 IT 강국이었던 일본이 한국에 크게 뒤지고 있는 상황을 안타까워했다. 그들은 자국의 IT산업이 발전하지 못한 가장 큰 원인으로 NTT에서 인터넷 시대에 필요한 인프라를 확보하지 못한 사실을 들었다.
세계사적으로 산업혁명 때 앞서 나갔던 국가들은 대부분 현대사의 선진국으로 도약했다. 이런 시각으로 바라볼 때 IT혁명에서 앞서가는 국가들이 미래의 선진국으로 부상할 확률이 높다.
이번 월드컵에서 보여줬던 것처럼 때론 열정적으로, 때론 너무 급하다고 느껴질 정도로 새로운 것을 발빠르게 수용하는 우리의 민족성은 IT산업 부흥의 한 요인으로 작용했다. 옆집이 PC를 사면 우리도 PC를 사야 하고 친구가 휴대폰을 쓰고 있으면 같은 것을 쓰고 싶며 남이 인터넷 전용선을 설치했으면 우리집도 설치해야 한다. 신제품이 나오면 남보다 먼저 써봐야 직성이 풀리는 민족성이 IT 분야에서는 묘하게 맞아떨어지는 것이다. 바로 이같은 점은 지금의 IT강국을 만들었고 세계 각국에서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면 한국에 먼저 판매해 반응을 보라는 소프트웨어 시험의 장이 될 수 있었던 저력이 아닐까.
늘 일본이나 미국에 주눅들어 ‘우리가 그들보다 더 잘 할 수 있는 것이 있을까’하는 부정적인 태도를 버리고 IT 분야에서의 약진을 발판 삼아 세계로 도약하는 민족적 저력을 보여줄 때라 생각한다. 적어도 IT 분야에서 만큼은 한국에서 통하는 제품이 세계 시장에서도 통한다고 한다.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활기찬 한 발을 내딛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