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2.3㎓ 주파수의 조기할당 방침에 대해 반대 입장을 분명히 한 가운데 통신사업자들이 조기할당을 줄기차게 요구하고 있어 이의 조율에 관심이 모아졌다.
통신사업자들은 현재 산업·의료·과학(ISM)용 주파수 대역인 2.4㎓로 서비스를 실시하는 초고속무선인터넷서비스의 활성화를 위해서는 2.4㎓ 주파수 대역의 조기할당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사업자들은 나아가 현 시장상황을 고려할 때 조기에 할당하지 않으면 중복투자는 물론 지금까지 주도해온 IT 강국으로서의 위상마저도 뒤지는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를 정보통신부에 잇따라 전달했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에 대해 “주파수라는 것이 단번에 결정될 사안은 아니기 때문에 정부는 기술표준·기술성숙도·시장수요·산업성장세 등을 종합적으로 검토해 결정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영국의 BT가 IMT2000에 수십억달러를 투자하고 사양길에 접어든 것을 보더라도 일부의 주장에 따라 정책 결정을 함부로 할 수 없는 것”이라며 “따라서 2.3㎓는 용도와 표준화, 기술방식 등에 대한 충분한 토론이 이뤄진 다음 업계의 의견을 수렴해 재분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2.3㎓ 주파수 조기할당을 요구하고 있는 통신사업자로는 KT를 비롯해 하나로통신·데이콤·두루넷 등 유선사업자들. SK텔레콤 등 일부 무선사업자들은 구체적인 입장을 표명하지 않은 채 다만 ‘신중하게 접근해야 할 것’이란 보다 완곡한 반대의사를 내놓았다. LG전자 등 장비업체들은 조기할당에 찬성하는 입장이다.
통신사업자들은 “기술방식과 표준은 업계 자율로 할 것인데 정부가 고집하는 이유를 모르겠다”며 “정부의 이같은 방침은 시장 현실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데서 나오는 발상”이라고 꼬집었다. 특히 정부가 2.3㎓ 주파수 대역을 무선인터넷용으로 규정하면서 현재 투자되는 상황을 애써 외면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산업활성화에 미치는 영향이 지대하다고 하면서도 역으로 주파수 할당을 내년말 이후로 미루는 것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이다.
정통부 관계자는 이와 관련, “일단 오는 29일 2.3㎓의 용도·표준화·기술방식 등에 관한 정부의 정책방향과 일정을 발표할 것”이라면서도 “기본적인 일정이나 정책방향 자체가 바뀔 상황은 아니다”고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정통부는 이미 올해 안으로 활용방안을 확정하고 내년 초 할당계획을 수립한 후 내년 하반기 이후에나 2.3㎓ 주파수를 할당하겠다는 방침을 밝힌 바 있다.
어쨌든 정통부는 2.3㎓ 주파수 대역에 대한 논의가 좀더 필요하다는 입장이며 통신사업자의 경우는 조기할당 요구를 굽히지 않을 태세다. 다음주 정통부가 정책 방향과 일정을 밝히더라도 2.3㎓ 주파수 조기할당 논란은 계속될 전망이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