日 IT기술자 모시기 경쟁

 최근 극심한 불황을 겪고 있는 일본 기업들이 대규모 구조조정 작업을 실시하면서 길거리로 쏟아져 나오는 기술인력을 유치하기 위한 경쟁이 대만과 중국, 말레이시아 등 아시아 국가들 사이에서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23일 니혼게이자이신문에 따르면 일본의 대표적인 정보기술(IT) 기업인 히타치와 NEC 등까지 최근 누적된 적자를 견디지 못해 일부 사업부를 통·폐합하는 등 구조조정을 실시하는 과정에서 각각 약 1만명의 직원들을 해고했는데 아시아 각 국은 이들 중에 고급 기술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각종 유인책을 제공하고 있다.

 특히 대만은 최근 정부 차원에서 남부 지역에 있는 타이난 과학단지에 별도로 일본 엔지니어를 위한 대규모 주거단지를 건설할 정도로 일본 기술인력을 유치하는 데 적극적이다.

 오는 2003년 가을까지 이 단지가 완공되면 일본 엔지니어 2000여명이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도록 쇼핑 등 각종 편의시설을 갖출 계획이다. 심지어 자녀들의 교육도 초등학교부터 중·고등학교까지 모두 같은 단지 안에서 마칠 수 있도록 하겠다는 설명이다.

 이처럼 정부의 적극적인 지원을 받고 있는 대만 업체들은 최근 일본의 전자 및 IT 분야에서 실전 경험이 풍부한 기술인력을 유치하는 데에서도 기대 이상의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실제로 세계 3, 4위 액정표시장치(LCD) 업체로 대만 LCD 산업을 이끌고 있는 AU옵트로닉스와 치메이옵토일렉트로닉스 두 회사는 최근 각각 일본의 경쟁 회사에서 핵심 LCD 연구인력을 수십명씩 한꺼번에 영입해 관련 업계를 놀라게 했다. 특히 AU옵트로닉스는 일본에서 영입한 정예 엔지니어 20여명으로 차세대 LCD를 개발하는 별도의 팀을 구성해 가동하고 있다고 밝혔다.

 최근 외국 투자가 몰려들고 있는 중국과 말레이시아 등에서도 일본 기술인력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홍콩의 헤드헌팅 회사 파휴마아시아그룹(PaHuma Asia Group)은 지난해 총 500명의 일본 엔지니어를 아시아 각 국에 소개했는데 이 중에 230명이 중국 회사에 취업했다. 또 영국에 본사가 있는 헤드헌팅 회사 JAC재팬도 지난해 말리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 60명의 일본 엔지니어를 소개한 데 이어 올해 약 100명을 소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서기선기자 kssuh@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