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이나유니콤이 cdma2000 1x 이동통신망 구축을 위해 모토로라, 루슨트테크놀로지스, 노텔네트웍스, 에릭슨 등 4개사와 102억7000만 위안 규모의 계약을 체결한 것을 두고 국내 장비업체들의 충격이 작지 않다.
삼성전자는 1차 입찰에서 한 걸음도 진전하지 못했고, 2차 입찰에서 시장진입을 노리던 LG전자와 현대시스콤도 속된 말로 물먹었다. cdma 종주국으로서의 체면 손상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런데 베이징 현지에 나와 있는 국내 기업의 표정은 뜻밖에 무덤덤하다. 어차피 1차 입찰시 정해진 시장(성)별로 수의계약을 맺는 성격이 강하다는 것이다.
한 기업의 현지 담당자는 “(cdma 강국임을) 우리는 ‘주장’하고, 중국은 ‘평가’한다”며 “통신사업은 기간사업인 만큼 기술력만으로 사업자를 평가하지 않는다”고 말한다.
나아가 애시당초 정해진 것이나 다름없는 2차 입찰계약을 양시안주 차이나유니콤 회장이 직접 미국에서 한 것은 장쩌민 주석의 방미를 앞둔 전략적인 포석이라고 말했다.
WTO가입 이후 수순을 밟고 있는 중국이 연간 280억 달러에 이르는 대미 무역흑자에 대한 부담을 의식한 결과라는 분석이다.
패장의 핑계로도 들리나 일면 고개를 끄덕일 만하다.
시장개방 이전부터 자본주의 국가보다 더 자본주의적이라는 평을 듣는 중국의 ‘장사꾼 기질’을 우리는 곧잘 잊는다.
중국은 이미 잠자고 있는 거대한 시장이 아닌 세계 시장에서 겨뤄야할 난적이다.
차이나유니콤의 이번 입찰 결과는 우리에게 cdma 종주국의 자존심보다는 더 큰 안목과 전략을 갖고 가야 한다는 숙제를 안겨준다.
IT부문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를 아우르는 전략적인 진법(陣法)을 익혀야 한다는 얘기다. 무엇보다 우리의 경쟁력을 밑바닥부터 다시 보는 게 출발점이다.
<베이징=IT산업부·김용석기자 ysk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