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단상]창조적 열정

 ◆박규헌 이네트 사장 khpark@enet.co.kr

IT업계에서 일하는 사람일수록 “정보기술이 발전함에 따라 삶의 질이 향상되는냐”는 질문에 회의적으로 답변하는 경우가 많다. 기술이 발전할수록 분석해야 할 정보의 양이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며 일과 휴식의 구분도 사라질 뿐만 아니라 일의 즐거움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프로메테우스의 죄를 벌하기 위해 제우스가 인간에게 노동을 하게 했다는데 일하는 것이 괴로움이 되지는 않을까 염려된다. 이러한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창조적 열정으로 일해야 한다는 것이 필자의 생각이다.

기업을 운영하면서 필자가 가장 신경쓰는 문제 중 하나는 ‘창조적 열정’과 ‘자발적 리더십’의 기업문화를 만드는 것이다. 창조적 열정으로 일하는 기업문화는 시장에서의 보이지 않는 손의 역할을 한다. CEO가 직원들에게 단 한가지만 주문한다면 아마 “내 맘처럼 생각하고 일해달라”는 것이 아닐까.

IT산업에서 창조적 열정으로 일하는 문화가 확산되면 어떻게 달라질까. 첫째, 각종 형식적인 프로젝트 결과 산출물들이 사라질 것이다. 제대로 보지도 않을 산출물을 만들기 위해 정작 해야 할 일은 못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이는 프로젝트의 과정과 결과를 한눈에 볼 수 있는 프로그램 하나면 간단히 해결될 수 있다.

둘째, 베블런 효과로 인한 과잉투자가 없어지고 합리적인 투자가 이뤄질 것이다. 베블런 효과란 값비싼 것을 소비할수록 자신의 품위가 올라간다는 허영적 과시효과를 말한다. 창조적 열정으로 일하면 당면한 문제에 대한 본질적인 검토가 없이 비싼 패키지로 도배하는 경우는 없어질 것이다. 수천만원짜리 밍크코트는 스스럼없이 사면서 시장에서 몇백원짜리 콩나물을 사면서 흥정하는 것과 비슷한 소비행태를 많은 대기업의 IT투자에서 발견하곤 한다.

셋째, 벤처기업들이 좁은 시장에서 약탈적 경쟁을 하기보다는 수익률이 높은 시장으로 이동할 것이다. 이제는 “남이 하니까 나도 한다”에서 “남이 먼저 한 것은 늦었으니까 난 다른 것을 한다”는 생각으로 바뀌어야 수익률이 높은 게임을 할 수 있다. 벤처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퍼스트 무버(first mover)의 이점에서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