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성욱 인큐비아 대표 isungook@incubia.com
앞서가는 세계 바이오산업의 현황을 이해하고 우리나라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파악할 목적으로 개최된 오송바이오엑스포가 많은 아쉬움을 남긴 채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지난 9월 25일부터 한달 동안 열렸던 이번 행사는 국내에서 개최된 국제규모의 첫 바이오 행사였다는 점에서 그 의의가 크다. 특히 행사기간 동안 무려 70만명을 훨씬 웃도는 관람객이 방문했으니 침체된 국내 바이오 열기와 나라 안팎의 경제상황을 고려한다면 예상 밖의 결과를 얻었다.
하지만 이번 행사는 영화나 음악회처럼 입장한 관람객의 수만 가지고 ‘흥행’을 판가름할 수 있는 성질이 것이 아니다. 오송바이오엑스포는 단순히 문화행사의 차원을 넘어 우리나라가 바이오산업에 대한 의지를 재천명하고 국가 비전을 제시하는 성격의 행사였다.
아직은 우리의 바이오 기술수준이 보잘 것 없어 자랑스럽게 내세울 만한 것이 없는 마당에 이러한 국제행사를 서울도 아닌 지방에서 치르기에는 너무나 시기상조가 아니었느냐는 일부 전문가들의 평가를 외면하더라도 이번 행사를 통해 우리 바이오산업의 현주소를 보여주었다기보다는 오히려 바이오산업 선진국과 경쟁을 위한 그 출발선에 섰음을 보여줬다. 이제부터 바이오 한국의 꿈과 이상을 이루기 위해 본격적으로 뛰어야 한다는 것을 세계 만방에 널리 알린 행사였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바이오산업은 일반 제조업과는 달리 고도의 전문지식이 요구되고 창의적인 지식경영이 필요한 분야로 상상을 초월할 만큼의 고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매력있는 산업분야다. 그러나 지금까지 국내 바이오산업에 투자되는 연구개발비 규모는 미국의 투자비용의 1%를 약간 웃도는 수준이었기에 세계에서 통용되고 인정받을 만한 기반기술은 전혀 없는 실정이다. 물론 바이오테크를 지향하는 대기업들이 지난 수십년 동안 나름대로 투자와 연구개발을 통해 어느 정도 발판을 마련했다고는 하지만 들여다보면 대부분 독창성은 결여된 채 외국에서 개발한 기술을 흉내내거나 특허가 만료된 바이오소재를 바탕으로 미생물소재, 항생제 중간원료물질, 얼마 안되는 생물학적 제제 등을 상용화해 왔다.
특히 바이오산업의 ‘꽃’이라고 할 수 있는 제약산업은 지난 100년의 제약 역사를 통해 우리나라 국민의 건강 증진과 의약 혜택의 부여라는 원초적인 이념은 달성했다고 하나 해외시장에 자랑스럽게 내놓고 인정받을 수 있는 신약을 개발한 회사는 전무한 실정이다. 국내 신약 1호로 초등학교 교과서에까지 실린 적이 있는 어느 항암제는 시판 승인이 난 지 3년이 넘도록 외국기업에 라이선싱은 커녕 투자된 개발비조차 회수가 안되는 상황에 바이오산업에서 성공한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새삼 느끼게 된다.
이처럼 열악한 환경속에서도 많은 바이오벤처기업들은 우리나라의 바이오산업에 필요한 독창적인 기술을 개발하고 상용화하기 위해 매진하고 있어 미래가 어둡지만은 않다고 스스로 위로해보지만 턱없이 부족한 연구개발 비용과 인프라로는 세계적으로 경쟁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다고 보기는 어렵다.
이번 행사가 제약을 포함한 바이오산업 종사자와 전문가를 위한 전문행사의 차원을 넘어 일반 국민에게도 바이오산업이 무엇인지를 알리기 위한 홍보행사의 취지가 강했던 탓에 몇몇의 기업은 제품 소개서와 회사 로고가 담긴 쇼핑백을 나눠주거나 관람객의 혈압이나 재어주며 단순한 홍보의 장으로만 여기기도 했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행사가 끝난 지금부터다. 이른 시일 안에 ‘포스트 오송바이오의 장’을 마련해 지금까지의 우리 바이오산업을 재조명하고 산업화에 있었던 시행착오에 대한 반성의 기회를 얻는다면 2002년 가을 청주에서 열렸던 오송바이오엑스포는 바이오 한국으로 가는 데 있어 꼭 필요한 행사였다고 먼 훗날 바이오산업에 종사할 우리의 후손들로부터 제대로 된 평가를 받을 것이다. 오송바이오엑스포 기간중에 평범한 일본의 회사원이자 과학자 한사람이 노벨 화학상을 수상했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 축하하고 싶은 마음보다 착잡한 마음이 앞섰다. 이번 행사를 통해 거둔 ‘절반의 성공’이 밑거름이 된다면 언젠가는 우리도 노벨상을 수상하는 그날 진정한 바이오축제의 한마당을 펼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