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한국을 `R&D 허브`로

 정부가 다국적기업의 연구개발(R&D)센터를 유치하기 위해 전용단지를 추가 지정하고 세제 지원에 나선 것은 잘한 일이다. 고급 두뇌와 혁신 인프라는 중국에, 비용과 시장역동성 측면에서는 일본에 뒤지는 한국이 글로벌 경쟁시대에 살아남기 위해서는 R&D 허브로 자리매김하는 것 외에는 다른 대안이 없기 때문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5000만달러 이상 투자해야 되는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하고 세제를 지원하는 등 우리나라의 연구개발 여건을 선진국 수준으로 끌어올려 세계적인 기업의 R&D센터와 IT·부품소재·바이오 관련 공장을 유치하겠다는 것은 가닥을 제대로 잡은 정책이라고 본다. 이를 통해 제조업 위기상황의 정면돌파는 물론 우리나라가 동북아의 주역으로 부상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것으로 기대되기 때문이다.

 외국인투자유치방안의 주요 골자는 부품소재·IT·BT 등 신규공장 설립형 투자를 촉진하기 위해 연내 진사·오창·구미 등 3개 지역에 외국인기업전용단지(15만평)를 추가 지정하고, 부품소재 분야에 대한 외국인투자지역 지정요건을 완화하는 한편 300만달러 이상 투자기업에 대해서는 기술개발자금 지원시 사업성 평가를 면제하는 것이다.

 또 고도기술을 보유한 외국기업을 유치하기 위해 1년 단위인 조세감면규정의 개정주기를 단축하고, 대기업과 제조업에 몰려있는 외국인투자유치를 중소기업과 서비스업으로 확대할 수 있도록 특별대책을 마련할 계획이다. 뿐만 아니라 기업의 진입·퇴출장벽을 제거하는 것은 물론 공장설립·환경·서비스 등 각종 기업규제를 해소하고 외국인 편의시설도 대거 확충할 계획이라고 한다.

 모두가 외국자본 유치에 필요한 조치들이다. 물론 국내기업 헐값매각에 따른 국부유출, 외국기업의 국내시장 독과점, 인색한 기술이전, 국내기업과의 역차별을 들어 외국자본의 국내유입을 부정적으로 보는 사람이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한때 매판자본으로까지 인식되던 외국자본이 국민경제를 떠받치는 또하나의 축으로 자리매김할 정도로 우리경제에 보탬이 되고 있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특히 기술력·품질·서비스 경쟁력 강화는 물론 신규고용 창출에도 많은 도움이 되고 있다.  

 물론 R&D 허브로 자리잡는 것이 그리 쉬운 일은 아니다. 우수한 연구인력과 시설, 그리고 연구환경이 뛰어난 곳으로 모든 기업이 몰리는 등 연구개발 거점을 확보하고 있는 국가들이 21세기 강국으로 부상하면서 연구개발센터 유치경쟁이 그 어느때보다 치열하기 때문이다.

 더 큰 문제는 출자총액제한 제도 등 걸림돌이 많다는 것이다. 한국에 대한 투자에 관심을 보이는 많은 외국기업 CEO들은 규제완화와 투명성 제고, 노동시장의 유연성 문제를 지적할 정도니 두말할 나위가 없다.

 국제 수준의 시험생산설비와 첨단장비 확충도 서둘러야 할 과제다. 첨단장비가 구비되면 신기술도 따라 들어오기 때문이다. 이와함께 국내에서 조달하는 부품이나 원자재 비중을 늘리는 것과 제품 개발·개량 수준에 그치고 있는 외국기업들의 연구개발 활동을 기초연구로 유인하는 것도 시급한 과제라고 본다.

 가장 중요한 것은 해당 기술을 소화해낼 수 있는 우리의 기술역량이다. 국내 연구기관 및 대학 등과의 공동R&D를 촉진할 수 있는 기술개발지원제도와 세제 인센티브 도입 등 대책 마련을 서둘러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