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온라인게임 불모지서 한국산 제품 바람몰이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이 있는가’에 대한 회의론이 일본 게임업계에 퍼지고 있는 가운데 한국 그라비티의 ‘라그나로크’가 새롭게 주목을 끌고 있다. 라그나로크는 지난해 11월 일본내 무료 베타서비스를 개시한 이래 꾸준하게 이용자수를 늘려 9월말에는 80만명의 등록회원과 3만명 이상의 동시접속자를 얻는데 성공했다. 이에 따라 일본 시장에서 온라인게임이 성공하는 첫 사례로 기록될 수 있을지 일본내 게임 관계자들의 눈과 귀를 모으고 있다.

 그동안 일본 게임업계에서는 스퀘어의 PS2용 온라인게임인 ‘파이널팬터지11(FF11)’이 이용자가 12만명을 넘는데 그치며 예상을 밑돌자 가정용게임이 강한 일본 풍토에서는 온라인게임이 발붙이기 힘들다는 ‘일본 온라인게임 불가론’이 점차 힘을 얻어왔다. 누계 1000만장 넘게 팔린 최고 히트 시리즈인 파이널팬터지가 이 정도라면 다른 게임은 더 말할 필요도 없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름도 알려지지 않은 한국 게임이 회원수 80만명을 넘어서자 다시 한번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의 가능성을 재고해보는 계기가 되고 있다.

 라그나로크의 일본내 서비스를 맡고 있는 간호온라인엔터테인먼트는 라그나로크의 급격한 이용자수 증가에 맞춰 잇따라 서버를 늘려 약 90대를 갖추고 있다. 올 8월에 한국에서 일본으로 서버를 옮길 때 45대였던 것이 두달새 2배로 늘어난 셈이다. 간호가 이렇게 서버를 늘리며 서비스의 품질을 관리하는데는 연내 라그나로크 유료화라는 배경이 뒤에 있다.

 하지만 라그나로크를 성공한 비즈니스 모델로 보기에는 아직 무리가 있다. 일본 온라인게임 이용자들이 이미 한국 온라인게임은 무료라는 인식을 강하게 갖고 있기 때문에 라그나로크를 유료화할 경우 다른 게임으로 옮겨갈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앞서 유료화를 실시한 엔씨재팬의 리니지의 경우 유료화 개시 직전인 2월 11일까지 회원수가 15만명이었으며 월 1400엔으로 유료화한 후 남은 유료 결제회원은 2만8000명에 불과했다. 이나마도 절반의 성공으로 여겨졌다.

 또한 포트리스를 서비스하고 있는 반다이GV게임벤처는 아예 월 300∼500엔대의 저가 유료화 전략을 고려하는 등 일본에서도 유료화는 수월치 않은 작업이다. 이에 따라 라그나로크의 유료화 성공 여부는 일본 온라인게임 시장 개화를 가름하는 하나의 지표가 될 것으로 보인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