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독자적인 운용체계(OS)를 탑재한 휴대형 컴퓨터가 탄생할 것으로 보여 주목된다. 마쓰시타그룹내 자회사인 핀체인지(http://www.p-change.com)는 최근 일본내 독자적 운영소프트웨어인 트론(TRON)를 탑재, 가격을 종래 휴대형 컴퓨터의 3분의 1로 줄인 초저가의 네크워크 PC를 개발하는데 성공했다.
‘TEA 시리즈’로 이름 지어진 이 휴대형 컴퓨터는 컬러 액정 화면은 물론, 인터넷 접속, e메일 기능 등 노트북에서 할 수 있는 대부분의 기능을 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내년 4월 정식으로 시장에 선보일 예정인 TEA시리즈는 윈도가 아닌 트론을 채택하고 있어 낮은 가격대를 보이고 있으며, 또한 소스를 공개한 트론을 이용해 각종 소프트웨어 개발을 수월하게 개발할 수 있는 장점도 지니고 있다. 이에 따라 핀체인지는 트론 개발자인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의 협력을 얻어 교육용 소프트웨어·워드프로세스 등 관련 소프트웨어를 개발, TEA시리즈에 탑재해서 판매한다는 방침을 세워놓고 있다.
이번 TEA시리즈가 노리고 있는 시장은 초·중학교다. 이 업체는 이를 위해 초등학생도 휴대가 가능하도록 크기를 가로, 세로 각각 27, 25㎝에 무게도 1㎏으로 가볍게 했다. 또한 교실내에서 교재로 사용할 수 있도록 교육용 소프트웨어 개발은 물론, 간편하게 조작할 수 있는 편리성에 최대한 역점을 기울였다. 가격은 대당 6만엔 이하에 판매될 예정이다.
핀체인지측은 학교 시장을 먼저 파고든 후 일반 가정용 시장도 겨냥한 신상품을 내놓을 계획이다. 2004년까지 100만대 출하를 목표로 하고 있다.
무엇보다 이번 TEA시리즈 개발이 주목받는 이유는 OS부터 마이크로프로세서까지 일본 독자 모델이라는 점에 있다. OS인 트론을 비롯, 중앙연산처리장치(CPU) 보드에는 트론과 같은 사양의 ‘T엔진’을 채택했고 심장부에 해당하는 마이크로프로세서는 히타치제작소의 제품을 탑재했다. 또한 소프트웨어나 관련 데이터 등은 수십메가 메모리카드 등에 기록하도록 제작됐다. 트론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른 PC와 비교해 관련 소프트웨어의 기억 용량을 적게 할 수 있었다고 핀체인지측은 설명하고 있다.
사카무라 겐 도쿄대 교수가 84년에 고안한 OS인 트론은 소형인데다 동작이 빨라 이동전화단말기, 자동차의 엔진제어, 디지털카메라 등에 사용되고 있다. 특히 NTT도코모, 도요타자동차 등에서 OS로 채택하는 등 일본 고유 OS로서 각광받고 있다. 또한 ‘T엔진’은 디지털가전 등 여러 종류의 정보기기에 사용되는 반도체나 관련 소프트웨어를 일본 업체간 공동 개발할 것을 목적으로 설립된 ‘T엔진 포럼’에서 내놓은 반도체다.
이 포럼에는 현재 NEC, 히타치, 후지쯔, NTT도코모 등 50개사가 참가하고 있다. 이번 TEA시리즈는 이런 일본 독자 모델 움직임 속에서 나온 첫번째 단말기인 셈이다. 핀체인지의 매니저는 “윈도는 뭐든지 가능케 하려고 하는 OS이다 보니 필요없는 기능이 복잡하게 들어있는 경우가 있다. 또한 소스가 공개되지 않은 윈도를 이용해 소프트웨어를 개발하려면 일일이 MS에 협조를 구해야 하는 번거로움이 있다”며 “트론을 이용할 경우 기능을 단순하게 해 사용이 간편한 컴퓨터를 만들 수 있는 장점이 있다”고 말했다.
이번 시리즈는 이밖에도 무선랜, 간의형 이동전화(PHS) 기능을 탑재해 언제, 어디에서든지 네트워크에 접속할 수 있는 점도 돋보인다. 초등학생의 경우 교실내에서는 무선랜을 이용하고 밖에서는 PHS 서비스를 통해 인터넷을 즐길 수 있게 되는 셈이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