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일본-DVD리코더 시장 `자존심 대결`

 올 연말 성수기의 주력상품으로 떠오르고 있는 DVD리코더에 대한 일본 전자기기업체간의 경쟁이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다. 닛케이산교신문에 따르면 마쓰시타산업전기, 도시바, 파이어니어 등 주요 DVD리코더 제작업체들은 올 연말 판매 시즌을 앞두고 신상품을 잇따라 출시하는 등 날로 성장하고 있는 DVD리코더 시장에서 치열한 각축전을 벌이고 있다.

 특히 이번 연말 시즌에서의 판매 성과는 앞으로 둘로 나눠져 있는 DVD리코더 규격 경쟁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여 양 규격을 대표하는 업체들의 자존심 대결도 주목을 끌고 있다.

 DVD리코더 관련 기록 규격은 마쓰시타가 이끄는 DVD램 진영과 파이어니어가 지키는 DVDRW 진영 등 둘로 나눠져 있다. 공식 집계자료는 없지만 업계에서는 일반적으로 DVD램 진영이 시장을 80% 가까이 장악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비해 DVDRW 진영은 20%를 조금 넘는 수준을 지키는데 머물고 있다. DVD리코더는 최근 하드디스크드라이브(HDD)를 내장한 모델이 대세를 이루고 있다. 보고 싶은 텔레비전 프로그램 여러개를 하드디스크(HD)에 축적한 뒤에 장기 보존이 필요한 프로그램만을 DVD에 기록해 놓는 방식이다.

 HDD내장형 DVD리코더 제품에서 앞서가고 있는 데가 DVD램 진영인 도시바가 세계 최초의 HDD 내장형 DVD리코더인 ‘RD-2000’을 2000년 말에 발표한 이래 마쓰시타도 지난해 11월 ‘DMR-HS1’을 발매했다. DVD리코더의 최대 업체인 마쓰시타가 자랑하는 최신 기종은 ‘DMR-HS2’이다. 10만엔 이하라는 저가격 정책이 들어 맞으면서 소비자들에게 큰 인기를 끌고 있다.

 도시바의 최신 기종인 ‘RD-X2’는 80Gb의 대용량 HDD가 특징이며 HD에는 최대 104시간 분량의 영상을 기록할 수 있다. 가격은 약 12만엔 전후로 마쓰시타의 DMR-HS2에 비교하면 조금 비싸기는 하지만 HD용량을 중시하는 소비자들에게 호평을 받고 있다. 도시바는 또한 11월 초에 HD용량을 60Gb로 줄이고 본체의 두께를 HDD 내장형 DVD리코더로서는 가장 얇은 78㎜로 한 ‘RD-XS30’을 내놓을 계획이다.

 편집기능과 조작성에 초점을 맞춘 이번 모델은 가격도 10만엔 전후로 낮아져 가격 경쟁력을 강화하게 된다. 이외에도 램 진영인 히타치제작소가 DVD리코더 기능만을 가진 현행 모델인 ‘DV-RX4000’을 내세워 연말 시즌에 대비하고 있다.

 녹화 단추를 누르면 디스크의 빈 공간에 자동적으로 찾아내는 등 조작이 간편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맞서는 RW 진영 최대 업체인 파이어니어는 80Gb의 대용량 HDD를 내장한 ‘DVR-77H’를 11월말경 내놓을 계획이다. 파이어니어측은 이번 모델을 계기로 현재 램방식 DVD리코더에 내주고 있는 시장을 향후에는 50대 50으로 돌려놓겠다며 의욕을 보이고 있다. 이번 제품은 또한 최근 개발된 2배속 DVDRW를 대응할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따라 전용디스크를 사용할 경우 HD에서 DVD로의 배속 녹화가 가능하는 등 램방식에 비해 기록속도가 느리다는 약점을 보완하게 된다.

 파이어니어는 이를 14만엔 전후의 가격대로 내놓을 경우 해볼 만하다는 판단이다. RW 진영의 미쓰비시전기 역시 다음달 21일 80Gb의 HDD를 내장한 ‘DVR-DS10000’을 시장에 내놓는다. 미쓰비시의 첫번째 DVD리코더인 이번 모델은 희망소비자가격이 29만8000엔으로 비싼 편이지만 영화필름을 DVD화할 때 사용되는 특수영상처리방식을 업계 최초로 채택해 고화질을 추구하는 고액 소비자층을 주소비자층으로 하고 있다.

 <도쿄=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