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ISP의 생존 전략 `틈새시장 공략`

 조지 프루삭은 어메리카온라인(AOL), 어스링크, AT&T 등 여러 대형 인터넷서비스업체 (ISP)의 온라인접속서비스를 쇼핑하듯 시험해 보았다.

 콜로라도주 우편노조위원장인 그는 ‘미 노조 ISP’라는 이름의 인터넷서비스 광고를 보고는 그냥 지나칠 수 없어 이 ISP도 이용해 보았다. 결과는 어떠했을까.

 프루삭은 “노조 ISP, 어스링크, AT&T 모두 전혀 차이가 없었다”며 “다만 노조를 지지해 미 노조 ISP를 이용했을 뿐”이라고 밝혔다.

 미 노조 ISP인 유니온스아메리카닷컴(Unions-America.com)의 가입자는 1000명이 채 안돼 가입자 수백만명의 AOL이나 어스링크와 상대가 되지 않는다. 하지만 이처럼 작은 ISP가 미국에 5000개가 넘고 일부 ISP는 대형 업체의 베테랑 이용자를 끌어들이는 등 나름대로 기반을 잡아가고 있다.

 인터넷접속은 여러 면에서 자동차 구매와 아주 비슷하다. 메르세데스 신차와 현대 중고차가 같은 도로를 주행하듯 여러 서비스가 공존하며 자동차의 핸들, CD플레이어, 도로변 운전보조장치 등 부가 서비스가 조금씩 다를 뿐이다.

 ISP 중에는 노조, 환경보호주의자, 총기소유자 등 특정 지역이나 이익을 대변하는 단체 구성원만을 겨냥하거나 낙태반대처럼 특별한 시각을 가진 이만을 상대로 서비스하는 ISP도 있다.

 어떤 ISP는 포르노물을 차단한다. 올네이션스온라인은 유대인과 러시아인의 만남과 토론의 광장인 커뮤니티 포럼을 제공한다.

 이런 소규모 ISP는 가입자가 많아야 수천명 정도로 규모가 작지만 요금이 싸고 가족 같은 유대관계를 유지하는 것이 특색이다. 켄터키 바보르빌의 한 ISP는 가입자 집을 직접 방문해 기술지원을 해준다.

 유니온스아메리카 ISP를 설립한 티모티 존슨은 자신의 ISP가 어떤 노동단체와도 직접 연관은 없으나 노조원을 가입시키기를 바란다. 그는 “유니온스는 25개월 전에 설립된 뒤 이미 미국 전역 180개 이상 도시에서 서비스중”이라고 밝혔다.

 J R 커닝햄은 매킨토시 컴퓨터 소유자들의 ISP인 맥-OL을 설립했다. 그가 창업하기 전 서비스 지원을 받기 위해 ISP에 전화했을 때 상담원이 “맥 전문가가 출근하는 목요일에 다시 전화하라”고 냉대한 것이 맥-OL 설립 동기였다.

 시장조사업체 IDC에 따르면 AOL은 미국 가입자가 2600만명, 시장점유율 31%로 단연 최대 ISP 자리를 고수하고 있으며 시장점유율 10%의 MSN이 뒤를 잇고 있다. 이밖에 대형 ISP로는 어스링크, 프로디지, 넷제로와 주노를 운영하는 유나이티드온라인 등이 꼽힌다.

 AOL과 MSN은 부모가 자녀의 인터넷 접속을 통제하는 소프트웨어처럼 특정 콘텐츠와 기능만을 제공하는 계약을 체결할 수 있다. 어스링크는 스팸과 팝업광고를 차단하는 서비스를 제공한다. 대형 ISP들은 지역 네트워크에 이상이 있어도 서비스가 중단되지 않는 강점이 있다.

 어스링크의 부사장인 톰 안드러스는 자사가 고객을 너무 오래 지체시킨다는 불만을 받고 있는 것을 시인하면서도 “규모가 작은 ISP도 문제가 있기는 마찬가지며 중요한 것은 규모가 아니라 바른 서비스”라고 말했다.

 AOL의 니컬러스 그레이엄은 서비스에 문제가 있을 때 무료전화를 이용해 신청하면 전문가들이 신속하게 해결해 준다고 밝혔다.

 인스타트/MDR의 수석 애널리스트인 다릴 스쿨러는 초대형 ISP의 시장점유몫이 약간 줄어들고 초고속 DSL서비스를 제공하는 각 지역 시내전화회사의 시장이 늘어났다고 밝혔다.

 IDC 스티븐 해리스는 규모가 작은 ISP는 간접비용과 광고비가 적게 들어 나름대로 안정된 틈새시장을 차지하고 있다고 진단했다.

 ISP는 고객을 인터넷에 유도하기 위해 회선을 임차해야 하고 다이얼업서비스를 제공하려면 모뎀 저장소를 확보해야 한다. ISP는 보통 전자우편 계정과 웹호스팅과 접속서비스를 통합서비스로 제공한다. ISP는 기술지원 같은 서비스의 일부나 전부를 ‘백엔드 인프라’를 관리하는 ‘가상 ISP’ 업체에 위탁할 수도 있다. 일부 ISP는 기존 업체의 지원을 받아 운영비를 줄이는 추세다. 샌디에이고 인근에 있는 노스카운티타임스가 운영하는 한 ISP는 신문배달망의 결제시스템을 이용해 간접비용을 줄이고 있다. 콜로라도 제퍼슨카운티퍼브릭스쿨스는 직원에게 할인가격으로 학교 네트워크에 다이얼업 방식으로 접속하는 서비스를 제공중이다.

 규모가 아주 작은 ISP들은 큰 업체에 밀려 고전하는 사례가 많다. 일부 업체들은 경쟁 업체나 어스링크처럼 규모가 더 큰 업체에 합병되곤 한다. 렉스센트릭은 경쟁이 너무 심하다는 이유로 자사의 닥터스넷액세스의 마케팅을 중단시켰다.

 테네시주 툴라호마에 있는 소규모 ISP인 컴퓨터카페의 수석기술자 존 허스트는 고객이 다른 업체의 현란한 TV광고와 판촉CD의 유혹을 받는 경우가 자주 있다고 밝혔다.

 소규모 ISP들은 비용부담이 커 고객 무료전화번호 운영마저 어려운 경우가 있다. 이보다 더 큰 고민거리는 소규모 ISP는 경제적으로 초고속접속서비스를 제공할 수 없는데도 초고속 접속을 원하는 이용자가 늘어나고 있는 점이다.

 샌안토니오의 스틱닷넷(Stic.net) 사장인 데이빗 로버트슨은 자사와 같은 소규모 ISP 입장에서는 스팸차단이나 초보자 훈련 같은 차별화된 서비스에 주력, 경쟁에서 이겨내는 길밖에 없다고 역설했다.

 모든 ISP가 인터넷 이용자의 모든 욕구를 충족시키려고 하는 것은 아니다.

 하와이에 있는 플렉스넷은 기술지원은 전혀 하지 않고 경험 많은 이용자만을 대상으로 한달 10달러를 받고 서비스하고 있다. 멘도치노 학군이 운영하는 한 ISP는 업무시간에만 기술지원서비스를 한다. 멘도치노 ISP의 매니저인 레니 인니스는 “토요일에 전화를 받지 않아 우리 ISP를 떠나는 이가 있다”고 밝혔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