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중국 주요 가전 업체들은 해외 전자업체들과의 짝짓기가 활발하다. 이는 중국의 거대한 내수시장을 탐내는 외국 기업들과 첨단기술 및 세계 시장 진출을 원하는 중국 기업들의 이해 관계가 맞아 떨어지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중국 최대 가전업체인 하이얼을 비롯 TCL, 하이센스, 콘카 등의 중국 가전업체들은 일본, 유럽 등의 해외 전자업체들과 단순한 판매뿐 아니라 기술 제공, 자본 투자 등 다양한 형태로 협력을 확대하고 있다고 중국 전자보가 보도했다.
하이얼은 최근 일본의 산요전기와 포괄적 제휴를 맺고 일본에 합작 회사를 설립, 자체 브랜드로 일본 판매를 시작했다. 산요는 또 하이얼의 중국 판매망을 이용해 자사 가전 제품의 중국 판매를 강화한다. 양사는 판매뿐 아니라 주요 부품 생산 및 조달, 기술제공 등 광범위한 협력 관계를 맺었다.
TCL도 지난 4월 일본 마쓰시타와 제휴를 발표했다. 이에 따라 TCL은 자사 제품에 마쓰시타의 ‘파나소닉’ 및 ‘내셔널’ 브랜드를 사용해 내수 시장에 판매할 수 있게 됐다. 마쓰시타도 TCL의 중국내 판매망을 이용, 자사 제품의 중국 판매에 나섰다. TCL은 또 네덜란드 종합 전자업체 필립스와도 판매 협력을 체결, 자체 판매 조직을 통해 장쑤성, 안후이성, 산시성 등 5개 지역에 필립스 TV를 독점 판매하고 있다.
콘카는 삼성전자와 PDP TV 관련 기술개발·생산·판매 등의 전 분야에서 제휴, 삼성의 앞선 기술력과 콘카의 생산력 및 판매망 결합의 시너지를 노린다. 당초 협력 분야는 판매 분야에 한정돼 있었지만 점차 기술, 판매, 자본으로까지 확대됐다.
중국 4위 가전업체 하이센스는 지난 7월 일본에서 스미토모상사와 합작회사를 설립, 내년 상반기부터 TV·에어컨 등을 일본 시장에 내놓는다.
최근 주요 다국적 기업들이 잇달아 중국에 공장을 세우고 일본 기업들도 동남아의 생산시설을 중국으로 속속 이전하면서 중국은 ‘세계의 공장’으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국의 저렴한 비용 활용 △현지화를 통한 경쟁우위 확보 △세계 시장점유율 확대 등을 목표로 하고 있다.
외국 기업들은 특히 중국의 WTO 가입 이후 현지 생산을 통한 중국 시장 진출을 적극 추진하고 있다. 중국 진출을 꾀하는 외국 기업들로선 현지 기반을 가진 중국 기업과의 제휴가 최선의 방책으로 여겨지고 있다.
외국 가전업체들은 주로 고급 제품을 대도시 지역에 팔아왔지만 경쟁 격화와 신시장 개척 필요 증대로 중소도시 지역으로 진출해야 할 입장이다.
이런 지역까지 자체 판매망이 구축되지 않은 외국 업체들은 거미줄 같은 판매조직을 갖춘 중국 기업에 손짓을 보내고 있다. 이에 따라 전국에 판매점만 2만 곳 넘게 보유한 TCL 등 중국 기업과 첨단기술을 갖춘 외국 기업은 자연스럽게 손을 잡고 있다. 또 중국 기업들은 외국 기업들로부터 얻은 기술과 경영 노하우를 바탕으로 세계 시장 진출을 노리고 있다.
<한세희기자 hahn@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