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선통신 시장경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2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KT·하나로통신·데이콤·온세통신·두루넷 등 통신사업자들은 시내전화에서부터 시외·국제전화는 물론 초고속인터넷·전용선사업에 이르기까지 거의 사업 전부문을 망라한 무제한 경쟁에 돌입했다.
시내전화의 경우 KT·하나로통신간 경쟁이 점입가경이다. KT가 최근 1년 평균 통화요금에 1000∼5000원을 더 내면 무제한으로 통화할 수 있는 정액상품을 내놓은데 맞서 하나로는 기존 통화의 많고 적음에 관계없이 무조건 월정액 7700원(초고속인터넷과 함께 쓸 경우 5200원)을 내놓고 전면전을 선포한 상태다. KT의 경우 시내전화와 함께 시외전화의 정액요금제를 앞세워 후발사업자들을 압박하고 있으며 하나로통신은 초고속인터넷과 결합해 이른바 ‘결합서비스’로 KT에 맞서고 있다.
시외전화도 KT가 시외전화 정액제를 도입한 데 이어 데이콤·온세통신 등도 정액제를 내놓았다. KT는 시내전화와 묶어 시외전화부문을 공략하고 있고 이에 맞서 데이콤·온세통신은 시내전화사업자인 하나로통신과 공동 전선을 펴고 있다. 데이콤·온세통신 가입자의 경우 대부분 하나로통신의 시내전화 고객이란 점을 들어 ‘생존권’ 차원의 공동대응 성격이 크다. 최근에는 국제전화의 정액제 검토 발언이 나오는 등 전방위 경쟁체제로 변화하는 양상을 보이고 있다. KT의 경우는 접속료 등의 문제를 들어 아직 결정된 바 없다고 말하고 있지만 후발사업자로부터 솔솔 새어나오고 있다.
전용회선 부문은 KT가 일부 전용회선의 요금인상을 한 데 이어 추가 인상을 검토하고 있다는 소문이 퍼지면서 전용선 업계가 들썩이고 있다. 더구나 일부 ISP의 경우 KT의 전용회선 요금인상이 신규 가입자 유치는 물론 기존 가입자마저 KT의 자회사(코넷)에 빼앗기는 결과를 초래하고 있다며 불만을 터뜨리고 있다. 일부 전용회선 임대업체들은 추가적인 가격인하와 서비스 기간 연장을 추진하고 있지만 KT의 공세를 막기에는 역부족이라는 반응이다.
초고속인터넷에서는 KT·하나로·두루넷 등의 경쟁이 불붙고 있다. KT는 ADSL을 VDSL로 전환함과 동시에 가격공세를 벌이고 있고 하나로통신 역시 서비스기간 연장과 가격인하 공세로 맞붙고 있다. KT는 특히 VDSL의 경우 하나로통신의 영업강세지역인 아파트촌을 지역으로 ‘가격’을 앞세워 집중적인 공세를 벌이고 있으며, 하나로통신은 시내전화와 연계한 결합서비스로 KT와 경쟁을 벌이고 있다. 두루넷도 이같은 경쟁 대열에 참여하고 있으며 온세통신·데이콤 등 마이너사업자들도 가세하고 있다.
통신업계에서는 이같은 요금경쟁이 당분간 지속될 것으로 보고 있다. 전문가들은 통신업계가 연말 실적을 의식해 벌이는 경쟁이니 만큼 내년에는 적어도 출혈경쟁을 자제할 것으로 예상하면서도 지배적사업자인 KT가 민영화된 데다 내년 경기전망도 밝지 않은 만큼 장기화될 가능성도 배제하지 않고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