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래포럼>권불십년(權不十年)과 오년(五年)후

 ◆오해석 숭실대 정보과학대학 교수 oh@computing.soongsil.ac.kr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

 이 구절은 세월 이야기와 함께 중년 이후 세대에 회자되는 풍속어다. 이 구절에 의하면 당연히 10년은 꽤 긴 세월이라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인터넷시대인 2000년대에 들어와서 이 구절의 의미를 그대로 믿고 쓰는 신세대는 한 사람도 없다. 광속으로 교신되는 인터넷 사용자가 2500만명을 넘고, 휴대폰 가입자가 3000만명을 돌파하고, 대한민국을 하루 생활권으로 변화시킨 1000만대의 자동차가 전국을 누비며, 하이테크기술은 일년 버티기가 쉽지 않다는 요즘 10년 운운 하는 것은 그야말로 세상 변화 속도와는 무관한 시대착오적 불감증세라고 욕을 먹기 십상이다.

 이와 대조되는 또 다른 구절이 우리 입에 심심찮게 오르내리고 있다.

 ‘권불십년(權不十年:권력은 10년을 가지 못한다).’

 이는 선대 왕조시대에 왕권에 빌붙어서 권세를 누리는 외척이나 가신들을 두고 궐 밖의 백성들이 악담삼아 해온 한풀이다. 근대화 이후에도 이를 지키려 온갖 방편을 동원해 요행이 뜻대로 잘 누려온 몇몇 세도가가 있기는 하지만 이 또한 민주화의 물결에 밀려 이제는 시대에 맞지 않는 구시대 유물이 됐다고 대다수 국민은 그렇게 알고 있다.

 대통령의 임기가 5년으로 돼 있으니 길어야 5년밖에 권력권에 머물지 못하고, 5년도 다 채우지 못하고 중간에 낙마하는 사례 또한 허다하니 권력을 10년씩이나 누린다는 것은 당치도 않는 말임은 분명하다.

 우리나라의 민주화에 대해 절대 다수의 국민이 긍정적으로 평가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높은 수준의 긍정적 평가 속에서도 대통령 후보를 비롯한 주변 인물들의 사고를 보면 왠지 납득이 가지 않는 점이 아직 남아 있다. 자당의 후보를 대통령으로 만들겠다는 정치가들의 첫번째 목적은 권력을 잡아 권력의 울타리에서 권좌와 부를 함께 누려보자는 속셈으로 비쳐진다.

 대통령 선거가 50일 안으로 다가왔다. 우리는 97년 이맘때를 잘 기억하고 있다. IMF경제사태 속에서 대통령 선거를 치뤄 현재 국민의 정부가 탄생했다. 그리고 5년이 흘렀다.

 정치형태·경제국면·국민의식구조·정보통신사회 측면에서 5년 전인 97년과 2002년을 비교해볼까.

 국민의식구조와 정보통신사회는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전통구어를 도저히 용납할 수 없는, 5년이면…2년이면…아니 6개월이면 세상이 변한다로 6개월 전방시계제로의 세상 모습이 돼버렸다.

 정치형태와 경제국면은 어떠한가. 차마 글로 표현하기가 민망한 수준으로 권불십년을 고수하기 위해 안간힘을 쏟는 모습을 우리는 매일 매스컴을 통해 확인하고 있다.

 이제 50일 후에는 향후 5년간 우리 대한민국을 이끌어갈 새로운 지도자가 결정된다.

 5년 후 2007년, 우리 국민의 의식수준과 정보통신사회는 어디쯤 가고 있을까.

 그때쯤이면 인터넷사회가 가고 텔레프리젠스(Telepresence)사회가 온다고도 한다. 방송과 통신, 무선인터넷과 무선통신이 결합하고 국가 장벽이 무너져 세계문화가 창조되며 역기능적 개인화 사회는 더욱 깊어 갈 것이다.

 향후 5년의 세상 변화를 가능한 한 정확히 예측해 우리 대한민국을 거기에 맞춰 이끌어갈 지도자는 누구 없을까.

 100여개의 선심성 공약도 중요하지만 디지털경제가 중심축이 되는 디지털시대의 비전과 실천전략을 제시하는 후보는 과연 누구일까.

 5년 후 온국민으로부터 기립박수를 받으며 영광스럽게 청와대를 떠나실 분은 누구 안 계실까.

 이런 부류의 맛들인 분들은 빼구요, 니네들이 권력맛을 알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