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위원회가 휴대폰 보조금을 불법으로 지급한 이동통신업체들에 대해 영업정지 처분을 내린 것은 국내 이동통신업계 사상 초유의 사태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최근 회의를 갖고 휴대폰 보조금 지급 행위와 관련해 SK텔레콤에 30일, KTF와 LG텔레콤에 각각 20일의 영업정지 명령을 내렸다. 또 별정통신사업자인 KT에도 10일간의 영업정지 조치를 취했다.
지나치게 가혹하다는 동정론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기업들의 보조금 지급 관행이 다시는 되풀이되지 않도록 하겠다는 뜻에서라도 엄중한 조치가 불가피했다는 게 당국의 설명이다.
지난해 신형 휴대폰으로 바꾸기 위해 버려진 사용 가능한 휴대폰은 모두 800여만대에 이르는데 이를 대당 20만원씩 잡아도 무려 1조6000억원의 돈이 낭비됐다는 계산이 나온다. 정부는 이런 낭비를 막기 위해 휴대폰에 이동통신업체들의 보조금 지급을 금지해왔다.
그러나 이동통신업체들은 이런 정부의 정책과는 상관없이 그동안 음성적으로 보조금 지급을 계속해왔다.
정보통신부 산하 통신위원회는 이런 휴대폰 보조금 지급을 막기 위해 법을 위반한 이동통신서비스사업자들에 대해 여러차례 과징금을 부과했다. SK텔레콤은 그동안 5회에 걸쳐 모두 171억원의 과징금을 냈으며 KTF는 9회에 141억5000만원, LG텔레콤은 7회에 71억3000만원의 과징금을 낸 바 있다.
통신위원회는 이번에 징계 수위를 놓고 다각도의 고민을 했다. 사상 처음으로 영업정지라는 ‘강수’를 둘 것인지 아니면 과징금 부과라는 ‘되풀이 징계’로 넘어갈 것인지를 놓고 심사숙고했다. 하지만 종래와 같은 시정조치로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 행위를 근절시키기 어렵다고 판단해 장시간의 논의끝에 영업정지를 내리기로 결정했다고 한다.
정부의 이번 조치를 계기로 이동통신업체들은 일정기간 동안 신규 가입자 모집을 하지 못하게 됐을 뿐만 아니라 중소 단말기 제조업체와 이동통신대리점들도 적지 않은 타격을 받게 됐다.
특히 삼성전자와 LG전자 등 대형 단말기 제조업체들은 해외수출 비중이 커서 단기적으로 큰 영향을 받지 않겠지만 중소 단말기·PDA업체들은 당장 매출에 큰 지장을 받을 것으로 예상된다는 게 관련업계의 주장이다. 또 이동통신 대라점들의 경우는 통신위가 영업정지를 내릴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면서 미리 전화를 개통하는 ‘임시 개통’ 방법으로 대비책을 강구하고 있지만 물량확보에 한계가 있어 영업위축이 불가피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문제는 이번 규제의 실효성이 확보될 수 있느냐 하는 점이다. 실효성이 확보된다면 이동통신서비스업체들의 불필요한 출혈경쟁을 막는 것은 물론 마케팅 비용을 절감해 사업체의 재정 건전화를 유도할 수 있다. 그러나 실효를 거두지 못하면 그동안 해왔던 과징금 부과처럼 기대 이상의 효과를 얻기 힘들 것이다.
그동안 이동통신업체들의 보조금 지급 관행이 좀처럼 사라지지 않았던 것은 과징금 부과 위주로 일관해왔던 당국의 책임이 적지 않은 만큼 이번 영업정지 조치는 관련업체의 반발이 있긴 하지만 힘있게 추진되어야 할 것이다. 또 이번 조치가 기존 가입자의 서비스에 지장이 없어야 할 뿐만 아니라 신규 가입자들의 서비스 개통시 불편함이 없도록 해야 한다. 이를 위해 당국이 검토하고 있는 순차적으로 영업정지 조치를 내려 나머지 2개 사업자가 영업을 유지할 수 있도록 하는 조치를 반드시 지켜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