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TRI 박선희 박사(바이오정보연구팀장) shp@etri.re.kr
올해도 노벨상 수상이 발표되었고 또 다시 우리는 씁쓸하게 우리의 현실을 돌아본다. 올해는 더욱이 우리의 이웃인 일본에서 박사가 아닌 학부 출신의 노벨상 수상자가 나와서 박사가 넘쳐나는 우리 사회가 초라하게만 느껴진다.
멀게만 느껴지는 노벨상은 우리 민족의 지적 능력으로 가능한 일인가. 많은 민족이 모여 있는 미국에서 실시한 IQ 테스트에서 아프리카인은 백인보다 10% 정도 낮은 수치를 보이고 아시아인은 백인보다 약간 높은 수치를 보인다고 한다. 물론 IQ 테스트가 진정한 지능지수를 나타내는가에 대한 많은 논란이 있고 지능의 인종학적 이론이 정책적으로 이용되는 역사가 있긴 하지만 어쨌든 수치로는 우리 민족이 낮은 쪽에 속하지는 않는 것 같다.
그렇다면 유전적으로 전달되는 지능은 사회에서 어떻게 발휘되고 표출될까. 몇년 후가 될지는 모르겠지만 태어날 때 병원으로부터 자신의 모든 DNA 정보가 담긴 CD를 받을 때쯤이면 노벨상 수상자들이 공통적으로 많이 지니고 있는 ‘천재 유전자’를 찾아낼 수 있을지 모른다. 그러나 현재로서는 인간의 행위를 직접적으로 나타내는 유전자의 존재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편이다.
복합적인 인간의 행위를 유전적 조건으로 규명하려는 노력은 실수를 낳고 있다. 한가지 예로 XYY 염색체를 갖는 남성들은 폭력적이고 저능적임을 시사하는 65년 스코틀랜드 한 정신병원 환자 대상의 연구결과는 XYY 염색체를 갖는 남성들의 96%가 완전히 정상적인 생활을 하고 있음이 밝혀져서 잘못된 것으로 알려졌다.
인간이 발휘하는 능력은 태어날 때의 유전적 조건도 중요하지만 사회환경의 의존도가 매우 높다. 노벨상은 사회의 자화상이며 산업화 과정에서처럼 빨리빨리 밀어부친다고 가능한 일도 아니다. 노벨상을 타기 위한 인위적인 노력보다는 창의적이고 인본주의적인 사회문화 정립, 정의로운 사회 구현이 더 기본적으로 선행되어야 할 것이다.
집중할 수 있는 한가지 신념을 가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신념을 실현시킬 수 있는 일본의 사회환경은 그들 나름대로의 고민이 있겠지만 충분히 우리의 부러움을 살 만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