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한국의 `마이클 델’

 78년 광적으로 우표수집에 매달리던 12살의 한 꼬마가 “중간단계를 건너뛰어 우표를 직접 판매하면 큰 돈을 벌 수 있겠구나”하는 당돌한 생각을 실행에 옮겨 큰 돈을 벌었다.

 당시 우표를 직접 판매해 2000달러라는 거금을 벌어들인 꼬마는 동시에 직접(다이렉트)판매방식의 효과를 마음에 새겼다. 그로부터 6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84년 5월 꼬마는 텍사스의대 2학년이 됐고 마침내 컴퓨터도 유통단계를 거치지 않고 직접 소비자에게 판매하기 위해 휴학하고 회사를 세운다.

 일찍부터 직접판매라는 ‘도깨비 방망이’에 눈을 뜬 영악한 꼬마가 바로 세계 최대 PC기업인 델컴퓨터를 창설한 마이클 델이다. 그는 단돈 1000달러로 델컴퓨터를 창설, 18년이 지난 현재 연매출 300억 달러의 세계 최대 PC업체로 키워놨다.

 ‘포천 500대 기업 중 최연소 CEO’를 비롯해 ‘40대 이하 중 세계 최고 갑부’ 등 갖가지 화려한 수식어가 그를 따라다닌다.

 사실 델을 세계적 IT기업으로 만든 직접판매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평범한 아이디어(비즈니스모델)였다. 델 자신도 자서전(Direct from Dell)에서 “이 방식을 생각한 사람이 나 혼자만은 아니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중요한 것은 그 방식을 얼마나 철저하게, 또 진지하게 받아들여 이를 실행하느냐는 것이다”고 적고 있다.

 물론 마이클 델이 사업을 시작한 시기가 PC산업이 꽃피기 시작한 때였다는 점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그는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아이디어를 사업화해 결국 세계적 IT기업을 일궈냈다.

 어릴 적부터 당돌했던 꼬마는 어느새 세계적 IT거물로 성장해 일본을 거쳐 30일 한국에서 강연을 한다. 우리는 언필칭 “한 명이 만 명을 먹여살리는 시대”라며 ‘한국의 빌 게이츠’를 키워야 한다고 역설한다. 하지만 중고등학교 때 그렇게 우수하던 우리의 ‘컴키드’들은 ‘빌 게이츠가 결코 나올 수 없는 대학과 기업의 풍토’ 속에서 무기력하게 시들어가고 만다.

 지금은 인터넷 개화기다. 세계 최고의 IT국가로 비상하기 위해 애면글면하고 있는 우리에게 어쩌면 ‘한국의 빌 게이츠’가 아니라 ‘한국의 마이클 델’이 더 필요할지 모르겠다.

 <국제부·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