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년 IT경기가 어떻게 될 것 같습니까.” “내년 IT경기가 회복되기는 되는 건가요.” “언제쯤 IT경기가 되살아 날까요.” “앞이 보이지 않습니다.”
요즘 IT 기업인들을 만나면 가장 흔하게 듣는 말이다. 물론 언론사 논설위원으로 IT경기에 대한 남다른 감각이 있을 것이라고 생각해서 물어보는 말은 아닌 것 같다.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어떠한 경영기조를 가져가야 하는지 답답해서 물어보는 말들이다.
실제로 많은 IT기업들이 내년 사업계획을 수립하면서 이런저런 고민이 적지 않다고 한다. 참고해야 할 경기전망 선행지표들이 불투명하기 때문이다. 정말 내년도 IT경기는 어떻게 될까. 현재로서는 이에 대한 명확한 해답은 없다. 하지만 내년경기 전망에 대한 업계의 의견은 두 가지로 나뉜다. 전반적인 낙관론을 펴는 사람과 비관론을 펴는 사람으로 양분된다. 물론 이들 양측의 의견은 나름대로 일리가 있다.
먼저 낙관적인 견해를 나타내는 사람들은 IT 핵심산업 경기가 대부분 저점을 지났거나 통과중에 있다고 말하고 있다. 더이상 나빠질 일이 없다는 얘기다. 특히 미국의 IT경기가 되살아나면서 우리나라 IT산업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것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내년도 IT산업은 불황의 터널에서 벗어나 회복국면으로 접어들 것이라는 의견이다.
이와 달리 비관론을 펴는 사람들은 올해의 경기를 보면 내년에도 그리 좋은 일이 없을 것이라고 한다. 내년에도 금융경색과 내수침체, 미국경기 둔화, 원자재값 상승 등으로 IT산업경기가 크게 위축될 것이라는 얘기다. 여기다 미국과 이라크간 전쟁 가능성까지 겹쳐 내년 전망이 밝지 않다는 것이다.
양측의 의견이 이처럼 팽팽한 가운데 현대경제연구원이 민간연구소로는 처음으로 ‘2003년 주요산업 경제전망’ 보고서를 발표해 눈길을 끈다.
현대경제연구원은 내년도에 자동차·철강 등 전통 제조업의 경기가 올해보다 위축되겠지만 반도체와 정보통신산업은 제2의 호황을 맞을 것이라고 예상했다. 연구원은 우리나라 IT수출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는 미국의 IT경기가 되살아날 것이라는 점을 그 근거로 내세우고 있다.
보고서에 따르면 반도체산업은 PC교체의 본격화 등에 따른 세계 수요 회복에 힘입어 성장이 점쳐진다고 한다. 반도체의 경우 내년 중반 이후 세계 반도체 시장이 점차 회복국면으로 접어들면서 국내 반도체업체들의 내년 수출은 올해보다 21.3%늘어난 200억1000만달러에, 생산은 23.2% 증가한 228억달러에 이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특히 D램은 당초 올 하반기로 예상됐던 PC교체 시기가 내년에 본격화되고, 정보가전의 수요 증대도 겹쳐 내년 하반기에는 공급부족 현상까지 보일 것이라고 예상했다.
보고서는 정보통신기기산업 역시 모바일 비즈니스 등 신규수요 증가와 월드컵 이후 강화된 국내 IT제품의 브랜드 인지도 등에 따라 내수는 물론 수출, 생산에서 올해보다 높은 증가세를 보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진단했다. 정보통신기기의 경우 생산규모는 올해보다 32% 늘어난 119조1880억달러에 이르고 이중 내수는 올해보다 30% 늘어난 89조3370억원에, 수출은 35% 늘어난 403억83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했다.
현대경제연구원의 전망을 종합해 보면 “IT경기가 내년 상반기부터 점차 회복돼 반도체와 핵심 정보통신분야를 중심으로 괄목할 만한 성장세를 보일 것”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이 경기전망대로라면 내년도 IT산업은 얼마나 좋을까.
<금기현 논설위원 khku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