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그룹 계열사인 데이콤이 파워콤의 지분을 인수하기 위해 한국전력과 협상을 벌이는 가운데 하나로의 최대주주인 LG그룹이 하나로의 파워콤 인수를 저지할 수 있을지가 업계의 초미의 관심사로 떠올랐다.
하나로는 다음주초 외자유치를 위한 이사회를 개최할 예정이다. 외자유치를 위한 기준주가가 5000원을 넘어설 경우 이사회 의결을 거치면 되므로 큰 문제는 없다. 이사회의 경우 데이콤측에서 한 명이 이사회로 참여할 뿐 하나로통신의 이사와 우호기업 이사 수가 절대적이기 때문이다.
문제는 기준주가 5000원 미만의 CB발행과 증자를 할 경우다. 이를 위해서는 주총에서 출석주주 3분의 2 이상이 찬성하고 그 찬성 주식수가 발행주식의 3분의 1 이상을 넘어야 한다.
국내 한 증권사는 이를 들어 하나로가 파워콤을 인수하는 데 LG그룹의 영향력이 절대적이라고 분석했다. LG그룹이 하나로의 파워콤 인수를 막기 위해 삼성전자와 SK텔레콤을 우호세력으로 끌어들일 경우 특히 위협적이다.
하나로통신의 지분구조를 보면 LG그룹 16.8%, 삼성전자 8.99%, SK텔레콤 5.82% 등 대기업이 31.61%를 보유하고 있다. 대기업이 연합할 경우 31.61%의 지분을 확보한 셈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업계 관계자들은 주총에서 LG그룹측의 의도대로 움직일 우호세력이 거의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삼성전자나 SK텔레콤의 경우 하나로가 파워콤을 인수하는 것에 대해 묵시적으로 동의하는 입장이며 40.56%에 달하는 일반 개인주주 역시 외자유치시 장기적인 관점에서 주가가 상승할 가능성이 높아 하나로의 손을 들어줄 것으로 파악되기 때문이다.
업계에서는 이러한 가능성 때문에 데이콤의 한 임원이 SK텔레콤을 방문, 이사회가 있을 경우 자사의 입장을 지지해줄 것을 요청했다는 설도 돌고 있다. 실제로 데이콤의 모 임원은 SK텔레콤과 삼성전자 직원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데이콤이 이같은 요청을 했는지는 아직 확인되지 않았다.
업계의 한 전문가는 “LG그룹이 우호지분을 포함해 16.8%를 가지고는 있으나 그렇다고 해서 주총을 좌지우지할 형편은 못된다”며 “LG그룹이 그럴 의향이 있다면 하나로통신의 주식을 추가로 인수하면 되고 또 그렇게 되면 파워콤까지 손안에 넣는 결과가 돼 다른 고민은 안해도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 전문가는 이어 “오히려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를 성사시킬 가능성이 높아 최대주주가 외국인으로 바뀐다는 것을 가정하면 LG그룹의 입김이란 것이 거품에 불과할 것이고 나아가 통신 3강에 대한 꿈도 멀어지게 될 것”으로 전망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