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BM `컴퓨팅 온 디맨드` 발표

사진; 팔미사노 IBM 최고경영자가 ‘컴퓨팅 온 디맨드’전략을 발표하고 있다. 팔미사노는 CEO 취임 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주요 사업전략을 발표, 눈길을 끌었다.

세계 최대 컴퓨터업체인 미국 IBM이 ‘컴퓨팅 온 디맨드’라는 새로운 사업 전략을 발표하며 다시 한번 세계 컴퓨팅 시장을 주도하기 위한 드라이브를 걸고 나섰다.

 31일 외신에 따르면 IBM의 최고경영자(CEO)인 새뮤얼 팔미사노는 지난 3월 CEO에 취임한 이후 처음으로 공개석상에서 IBM의 주요 전략을 밝히며 “컴퓨팅 온 디맨드(Computing on demand)에 IBM의 미래를 걸겠다”고 선언했다. 그는 “우리가 새롭게 추구하는 ‘컴퓨팅 온 디맨드’가 큰 도박이지만 결코 위험한 도박은 아니다”며 “컴퓨팅 온 디맨드 사업 강화를 위해 전담 부서를 신설하는 한편 100억달러를 투자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300여 기업고객·애널리스트 등이 모인 가운데 자연사박물관에서 이루어진 이날 강연에서 팔미사노는 “그간 IT산업이 거품이 많았다”고 전제하며 “하지만 세계 IT경기가 지금은 바닥에 와 있다고 생각한다”는 견해를 밝히기도 했다.

 ◇IBM의 새 승부수 ‘컴퓨팅 온 디맨드’=팔미사노가 이날 강조한 ‘컴퓨팅 온 디맨드’는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각종 컴퓨터 관련 제품을 마치 서비스처럼 판매하겠다는 것이다. 즉 전력·가스·수도 같은 유틸리티처럼 한번에 사용한 금액을 모두 지불하지 않고 사용한 만큼만 돈을 지불한다는 개념으로, 이 때문에 유틸리티 서비스라고도 불린다. 기업고객 입장에서는 컴퓨터 자원을 주문해서(on demand) 사용하기 때문에 ‘주문형 컴퓨터 서비스’라고도 한다. 사실 IBM은 이미 유틸리티 컴퓨팅 사업을 해오고 있는데 앞으로 전담부서 신설과 함께 연구개발, 마케팅, 관련 기업인수 등에 100억달러를 투입하는 등 대대적으로 사업을 전개할 작정이다. 최근 35억달러에 프라이스워터하우스쿠퍼스의 컨설팅 부문을 인수한 것도 이와 관련돼 있다.

 당장 IBM은 향후 일년간 ‘컴퓨팅 온 디맨드’ 마케팅 비용에 7억∼8억달러를 투입한다. 그리고 전담 부서인 ‘온 디맨드 그룹’을 신설하는데 다음주에 이의 대표가 임명된다. 이와 함께 미국·일본 등 4군데에 ‘온 디맨드 디자인 센터’를 설립해 IBM의 고객들이 ‘컴퓨팅 온 디맨드’와 관련된 각종 제품과 서비스를 시험, 사용할 수 있도록 할 방침이다. 특히 IBM은 ‘컴퓨팅 온 디맨드 사업’과 밀접한 관계가 있는 그리드 컴퓨팅과 자율컴퓨팅에도 주력 사업으로 더욱 매진할 계획이다. 팔미사노는 “IBM은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등 모든 컴퓨터 분야에 강하다”며 “‘컴퓨팅 온 디맨드’는 경기침체로 인해 총 소요비용과 투자대비 수익률이 우선시 되는 현재의 경기상황과 잘 맞아 떨어지는데 기업은 이를 통해 경비절감과 생산성 향상이라는 두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한 애널리스트는 “IBM의 전임 CEO인 루 거스너가 ‘e비즈니스’를 통해 IBM을 도약시켰는데 이제 팔미사노는 ‘e비즈니스 온 디맨드’를 앞세워 다시 한번 IBM의 성장을 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한편 IBM의 경쟁사인 HP와 선마이크로시스템도 각각 ‘유틸리티 데이터 센터’ ‘NI’ 등을 내세우며 ‘컴퓨팅 온 디맨드’ 서비스에 나서고 있다.

 ◇경기전망=팔미사노는 이날 세계 IT산업이 처해 있는 현실에 대해서도 견해를 피력, 눈길을 모았다. 그는 “현재의 비즈니스 환경이 지난 30년 동안 중 가장 어렵다”고 털어 놓으며 “하지만 IT경기가 바닥에 닿은 것으로 보인다”고 밝혔다. 이어 그는 “IT업계가 과성장과 과대한 투자 그리고 닷컴 거품으로 인한 팽창전략 때문에 확실히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덧붙이며 “최근 경기가 저점에 도달했다는 것을 시사하는 움직임이 곳곳에서 보이고 있으며 고객(기업)이 아직도 IT를 생산성 향상과 비용절감의 주요한 도구로 여기고 있는 사실은 매우 고무적”이라고 말했다.

 <방은주기자 ejba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