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연방정부 10년 홀대 기초과학 기반 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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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초과학 연구개발(R&D)에 대한 정부의 투자가 지난 10년 동안 급격히 줄어들면서 미국이 전세계 차세대 과학기술 분야에서 유지해 온 선도적인 위치를 지키기 위해 기초과학 투자를 즉각 늘려야 한다는 지적이 나왔다.

 관련 통계자료에 따르면 정보기술(IT) 관련 분야 발전에 긴요한 학계의 핵심 연구에 대한 미 연방정부 지원금 지출은 지난 90년대 공학 30%, 수학·물리학 각 20%, 화학 10% 등 모든 분야에서 급감했던 것으로 밝혀졌다.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연방 지출의 이 같은 감소는 교수와 학생수 감소, 고급인력 감소, 미국민의 생활수준을 높이는 장기적인 생산성 향상으로 이어질 양질의 연구능력을 감퇴시키는 기초학문 연구인프라 둔화를 초래할 수 있을 것으로 지적됐다. 특히 미 반도체산업은 연평균 매출의 15%를 연구개발에 투자해 지난 20년 동안 대학 연구에 5억달러 가량을 투자해 왔다. 다른 산업들도 나름대로 투자를 하고 있으나 지난 10년 동안의 연방정부 R&D 투자감소를 메우기엔 역부족인 상황이다.

 미 정부의 지원은 무엇보다도 산학협력을 통해 과학기술 노하우를 차세대 수준으로 높이는 데 ‘기둥’이나 같다. 기초과학 연구는 그 연구를 기반으로 제품을 만들려면 최소 10년은 걸리지만 창조적인 혁신을 위해선 없어서는 안될 최소 조건이기도 하다. 기술적 창의성은 R&D가 제공하는 근본적인 지식탐구를 통해 살아나게 마련이고 대학에서의 학문적 발견은 모든 이들에게 돌아가는 혜택을 증폭시킬 수 있는 잠재력이 크다.

 하지만 단 하나만의 기술혁신만으로 한 나라 경제를 무한정 유지시킬 수는 없다. 다양한 아이디어가 제품화되고 있으나 미국 경제에 대한 혁신적인 아이디어의 가치는 지난 20년 동안 하나의 추세로 자리를 잡은 미국 제조시설의 해외이전 현상으로 희석되고 있다. 간단히 말해 미국은 기술혁신만 하고 제품화는 다른 곳에서 이루어져 왔다는 얘기다. 미국은 기술혁신 흐름을 계속 유지시켜 미국의 경쟁우위를 지켜야 하지만 미국의 경쟁우위는 R&D에 대한 정부 지원 감소로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기초과학 R&D에 대한 외국인투자는 증가해 왔다. 최근 자료를 보면 연간 R&D에서 차지하는 비중면에서 미 연방정부의 R&D 투자비중은 놀라울 정도로 줄어들었다. 오늘날 기초과학 R&D에 대한 연방투자는 미국 전체 R&D 투자의 27%로 80년의 50% 대비 절반 가까이 감소했다. 기초과학 R&D에 대한 연방투자 감소율은 지난 20년 동안 46%에 달했다.

 외국 경쟁 국가들의 국내총생산(GDP) 대비 R&D 투자는 미국보다 높다. 지난 99년 자료를 비교해 보면 기초과학에 대한 미국 R&D 예산은 GDP 대비 6%, 일본은 13%, 독일은 16%, 프랑스는 22%에 달했다.

 이 같이 기초과학 연구에 대한 연방정책은 장기적으로 미국 경제를 둔화시킬 것으로 보인다. 이는 기초지식에 대한 ‘기아현상’을 초래해 특히 갈수록 치열해지는 세계경쟁 시대에 첨단기술 분야에서 미국이 유지해 온 지도적인 위치를 깎아내릴 공산이 크다.

 노벨상 수상자 로버트 서로 등 수많은 경제학자들의 연구결과는 기술진보가 지난 150년 동안 이룩해온 경제성장의 50% 정도를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지난 90년대 노동생산성 1%포인트 상승시 이 가운데 최소 절반이 정보기술 향상에 기인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휴대폰 기술뿐만 아니라 예를 들어 초고속 광대역 기술을 사용해 중요한 의료 발전의 돌파구를 제공하는 CAT 스캔(CAT Scans)과 같은 정보집약적 의료 이미지 작업장비의 개선이 모두 기초과학 R&D에 대한 연방자금 지원의 실질적 증액과 직접적으로 연결돼 있다.

 미국 국민은 연방정부가 일단 중차대한 필요성에 눈을 뜨게 되면 신속하게 대처할 능력이 있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다. 미 국립보건원의 예산을 2배로 늘리기로 한 최근 연방정부의 결정을 보면 그 같은 사실을 잘 알 수 있다.

 바로 이 예산증액 조치로 연방정부 2002회계연도 연구예산 450억달러 가운데 48%가 생명과학에 쓰이게 됐다. 기초과학에 대한 연방투자의 감소를 메우기 위해서는 바로 이 같이 신속한 조치가 절실하다.

 미국이 오늘날 전세계적으로 선도적인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것은 50여년 전에 이루어졌던 투자 덕택이다. 미국은 지금도 예전의 연방정부가 창조한 지식기반과 R&D 지원으로부터 힘을 얻고 있다. 하지만 인류의 진보가 역동적이고 가차없어 이뤄지고 있어 미국은 과거의 투자에만 의존해 미래를 건설해 나갈 수 없는 상황이다.

 반도체산업협회(SIA)는 위기의 R&D 감소추세를 경계했다. 반도체산업협회 회원사들은 연방정부에 장기적인 기초과학 연구에 정부투자를 확대하고 대학이나 연구실의 기초연구에 대한 확고부동한 자금지원을 약속하며 이를 마무리짓기 위한 즉각적인 조치를 취할 것을 촉구했다.

 <제이안기자 jayahn@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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