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월드]미국-생명공학 컴퓨팅시장 HP:IBM `각축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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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생명공학업체 뉴롬은 2년전 창업 이후 고성능 컴퓨터와 데이터 저장공간 수요가 워낙 빠르게 늘어나 이제는 매주 100Gb의 저장공간을 다 써버릴 정도다.

 샌디에이고 카운티 라졸라에 있는 뉴롬은 인간 두뇌의 디지털 이미지 정보를 제약업체에 서비스하는 업체로, 뉴롬 같은 생명공학업체의 메모리 및 정보기술 시스템 수요는 침체에 빠진 하이테크 산업에 불을 지피는 활력소다.

 휴렛패커드(HP)가 컴팩컴퓨터를 합병한 뒤 연간 120억달러로 추산되는 생명공학기술시장의 핵심 업체로 급부상하고 있다.

 HP는 프린팅 업체로 잘 알려졌으나 동시에 생명공학 및 의약연구 관련기업, 정부기관, 연구기관에 컴퓨터 시스템과 정보기술 서비스를 판매하는 유력한 업체로 부상했다. HP에 생명공학기술시장은 하이테크 대기업으로 도약하는 전략적 거점이기도 하다.

 생명공학기술시장은 규모가 방대하다. 생명공학기술업체 및 제약회사들은 새로운 치료제와 생명공학기술을 개발하기 위해 보다 빠르고 성능이 좋은 컴퓨터 시스템을 앞다퉈 사들여 관련시장 규모가 빠르게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시장조사업체 IDC의 애널리스트 마크 홀은 컴퓨터 장비와 데이터 저장장치, 정보기술 서비스를 판매하는 생명공학기술시장 규모가 오는 2006년까지 300억달러로 확대될 것으로 예상했다.

 메릴랜드의 생명공학회사로 인간 게놈 연구에서 가장 앞장섰던 셀레라지노믹스는 90년대말 컴팩을 자사의 주 정보기술 서비스 공급업체로 선정했다.

 생명공학산업 잡지인 바이오IT월드의 편집장 존 러셀은 “그것은 컴팩의 대승리였다”며 “컴팩은 이를 바탕으로 수많은 생명공학기술 제공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컴팩 최대 고객 중 하나가 세계 최대 상용 슈퍼컴퓨터를 보유한 피츠버그 슈퍼컴퓨터센터다. 카네기멜론대와 피츠버그대가 공동 운영하는 이 센터는 컴퓨터를 이용한 생명의학 연구에 주력하고 있다.

 IDC의 지난해 보고서에 따르면 컴팩은 2000년 생명기술 및 제약회사가 이용하는 고가 컴퓨터 시장 점유율이 33.5%로 2000년까지 선두자리를 고수했다. IBM이 점유율 24.7%로 다음이고 선 18.3%, HP 14.3% 순이었다.

 HP의 고성능 컴퓨터 시스템은 컴팩을 합병하기 전에는 컴팩 시스템만큼 높은 평가를 받지 못했다. HP는 대신 서버와 이미징, 프린팅 분야에서 자사가 차지하는 연구개발(R&D) 및 시장 지도력을 강점으로 내세웠다. 그러다가 HP는 컴팩을 합병하면서 컴팩 생명공학그룹을 합쳐 시장의 위상이 더욱 공고해졌다.

 HP 고성능 기술 컴퓨팅부문 생명공학 및 재료과학 매니저인 리오넬 빈스는 “합병으로 커진 조직과 세계 6만5000명의 IT 서비스 전문가를 기반으로 생명공학기술 시장점유율 확대를 적극 꾀할 것”이라고 자신했다.

 생명공학용 컴퓨터 시장에서 가장 중요한 경쟁력의 한 요소는 첨단기술을 개발하는 강력한 R&D 조직이다. HP는 컴팩 합병으로 특허 보유수가 1만7000건, R&D 예산은 40억달러 가량으로 늘어났다.

 IDC의 홀은 이에 대해 “HP는 아주 강력한 연구그룹”이라며 “HP는 이제 DEC와 컴팩을 합친 강력한 조직으로 거듭났다”고 HP의 R&D 능력을 높이 평가했다.

 HP의 최대 경쟁사는 IBM이다.

 IBM 생명공학그룹 전무이사인 카롤 코박은 “컴팩이 생명공학산업에서 지명도가 더 높은 회사지만 IBM도 크게 뒤지지 않는다”며 “우리는 스스로의 역량을 자부하는 것조차 최대한 자제해왔다”고 밝혔다.

 IBM은 2년전 정식으로 생명공학그룹을 설립했다. IBM은 보유 특허기술이 3만가지가 넘고 R&D 예산이 50억달러로 HP보다 훨씬 더 강력한 연구인력과 조직을 갖추고 있다. IBM은 무엇보다도 IT 서비스가 핵심인 시장에서 생명공학을 위시한 여러 산업에 걸쳐 18만명 가량의 전문가그룹을 거느리고 있는 것이 최대 강점이다.

 HP는 컴팩 합병 넉달 만에 주요 고객사인 셀레라가 IT 시스템과 서비스 공급업체를 IBM으로 바꾸는 바람에 이미 적지 않은 타격을 입은 처지다.

 IDC의 홀은 “셀레라의 이탈은 지난 4년 동안 생명공학계에 일어난 최대 사건이었다”며 “이는 시장 주도권이 바뀌고 있다는 방증”이라고 해석했다.

 셀레라의 모기업 아펠레라의 부사장 폴 핑거만은 “IBM은 셀레라를 끌어들이기 위해 생명공학 합작 벤처 설립 등 최상의 거래조건을 제시했다”고 밝혔다.

 일부 애널리스트는 HP가 셀레라를 잃은 것은 ‘아이테니엄’ 칩을 기반으로 한 새로 개선된 시스템 표준으로 전환작업 준비과정에서 평판이 좋은 알파칩 생산을 단계적으로 중단키로 하는 등 합병을 전후해 증폭된 불확실성 때문이라고 꼽았다.

 핑거만은 양사간 합병에 대해 논평하지 않았으나 뉴롬 공동창업자 워렌 영은 “컴팩 합병 후 더 안전한 길이라고 판단해 IBM으로 옮겼다”며 “앞으로 없어질 칩으로 돌아갈 하드웨어 제품군을 살 이유가 없다”고 밝혔다.

 HP는 셀레라를 잃었으나 대신 다른 고객사를 얻었다. HP는 영국 웰컴트러스트생어인스티튜트와 2200만달러의 슈퍼컴 공급 계약을 체결했다. HP는 이와 함께 피츠버그 슈퍼컴퓨터센터 같은 충실한 고객을 그대로 유지해가고 있다.

 피츠버그 슈퍼컴퓨터센터의 과학실장 마이클 레빈은 “HP가 무엇인가 새로운 것을 들고 나올 것”이라고 확신하고 “HP가 생명공학기술 산업에서도 두각을 나타낼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IDC가 오는 12월에 하드웨어, 소프트웨어, 서비스 매출을 포함한 생명공학 분야의 시장점유율 통계치를 처음으로 공개할 것”이라며 “지난해 통계치에서는 IBM이 이미 HP에 근소한 차로 앞서고 있으나 HP-IBM 경쟁관계가 몇 %의 근소한 차이로 막상막하”라고 전했다.

 <박공식기자 kspark@ibiztoda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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