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대형 전기전자제조업체들이 긴 불황의 늪에서 벗어나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는 가운데 ‘샤프’가 승승장구하며 시선을 모으고 있다. 샤프는 올 상반기 결산(9월)에서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7.8% 늘어난 9717억엔을 달성했다. 경상이익은 21.3% 증가한 383억엔, 최종 이익은 무려 40.5%나 늘어나 228억엔을 기록했다. 샤프가 자랑하는 액정부문이 해외에서 폭발적으로 수요가 늘어나면서 약 30%의 매출 증가를 기록, 전체 매출 성장을 견인했다. 또한 카메라 내장 단말기를 무기로 일본 이동전화단말기 시장에서 14.7% 점유율을 기록하며 단말기 분야 3위로 자리매김했다. 이에 따라 샤프는 내년 3월 회계연도에서 매출이 10.9% 늘어난 2조엔, 경상이익이 39.1% 늘어난 680억엔, 최종 이익은 327% 증가한 370억엔을 기록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샤프는 일본내 초대형 전기·전자메이커와 비교하면 작은 규모의 업체다. 지난해 회계연도(2001년 4월∼2002년 3월)를 기준으로 보면 매출 규모 순위 1위인 히타치제작소가 7조9937억엔였던 데 비해 9위인 샤프는 1조8037억엔에 불과했다. 올해도 히타치, 소니, 마쓰시타 등이 7조엔, 8조엔대 매출을 올릴 것으로 보이는 반면 샤프는 2조엔대 진입을 기대하고 있는 정도다.
하지만 초대형 메이저업체들이 지난해 3000억∼4000억엔대의 적자를 낼 때 샤프는 113억엔 흑자를 내며 모범적으로 불황을 견뎠다. 이는 9대 메이저 중 소니에 이은 두번째 흑자 규모였다.
최근 이같은 샤프의 승승장구를 대변하는 두 부문은 액정과 이동전화단말기다. 액정부문은 올 상반기 해외용 매출이 작년 동기 대비 약 2.5배나 늘어나는 등 전체적으로 29% 증가하며 2070억엔 매출을 기록했다. 샤프측은 ‘올 하반기에도 세계적으로 이동전화의 컬러화가 진행되는 등 중소형 액정의 수요가 견조하다’며 디바이스분야가 계속해서 샤프 성장의 중심축으로 자리잡을 것으로 예측했다.
또한 샤프는 액정(LCD) TV 분야에서 일본내 최강자로서 일본 시장점유율 80% 넘는 지배적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샤프는 올 하반기에 LCD TV 수요가 급팽창할 것으로 보고 대형 TFT 액정 패널에서 TV용이 차지하는 비율을 현재 12%에서 30%까지 높인다는 방침이다. 가격이 하락하고 있는 PC용, 모니터용 액정 패널 비율을 낮춰 경쟁력을 배가시킨다는 전략이다.
이동전화단말기부문은 사진메일 서비스의 인기에 힘입어 카메라 내장 단말기가 히트를 치며 올 상반기에 14.7%의 시장점유율을 기록, NEC(18.8%), 마쓰시타통신공업(18.6%)에 이은 3위를 지키고 있다. 이는 NEC, 마쓰시타가 작년 동기 대비 각각 10.6%, 7% 판매대수가 감소하는 가운데 샤프가 판매량을 오히려 6.9% 증가시키며 이룬 것이어서 더 의미가 깊다.
샤프는 세계 최대 이동전화서비스 사업자인 영국 보다폰으로부터 일본 시장에서 거둔 좋은 성과를 바탕으로 카메라 내장 단말기 제조 능력을 인정받아 지난 10월말부터 보다폰에 단말기를 공급하기 시작했다. ‘GX10’로 이름 지어진 이 모델은 디지털카메라 기능을 내장하고 약 6만5000색의 고해상도 컬러 액정을 탑재한 GSM/GPRS방식의 단말기로서 올해내 약 40만대를 출하할 예정이다. 샤프는 이를 계기로 본격적인 해외 시장 공략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일본 전기전자제조업체들이 호언해온 ‘V자 회복’이 쉽게 실현되지 않는 가운데 이같은 샤프의 성공담은 일본 업체들에 상큼한 청량제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도쿄 = 성호철 특파원 hcsung@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