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대화하고 싶은 공무원

전자상거래 전문가를 자처하는 A씨는 요즘 과천청사에 가면 뭔가 한 가지씩 배우고 온다. A씨는 1년 전만 해도 산업자원부에 가면 입이 아플 정도로 전자상거래의 향후 방향 등에 대해 주로 혼자서 이야기해야 했다.

 그도 그럴 것이 그가 자주 찾는 전자상거래지원과는 지난해 말 과장을 비롯해 일부 과원이 바뀌었다. 전자상거래 분야는 어려운 용어가 많고 그 용어에 대해 정확히 이해하지 못하면 대화가 안된다는 특성이 있다. 그래서 A씨는 당시 대화라기보다 강의에 가까운 이야기를 많이 했다고 회상한다.

 그러나 A씨는 요즘 전자상거래지원과를 찾으면 지금까지 자신이 생각하지 못한 다양한 이야기를 과장 이하 과원들로부터 듣게 된다. 심지어는 전문가인 자신조차 들어보지 못한 논문이나 이론에 대해 과원들끼리 이야기하는 것을 듣기도 한다.

 A씨는 전자상거래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던 공무원들이 갑자기 전문가가 된 비결은 책에 있는 것 같다고 전한다. 전자상거래지원과장은 지난해 미국 미시간주립대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취득하고 돌아와 자신이 맡게 된 분야인 전자상거래를 이해하고 정책을 수립하기 위해 1주일에 한두 권씩 관련 서적을 독파하기 시작했다. 그 영향으로 과원들도 자의반 타의반 관련 서적을 읽게 됐고 얼마 전에는 전자상거래지원과 독서붐의 산물인 ‘101권의 e비즈 책을 한 권으로’가 탄생하기도 했다.

 지원과 과원들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자신들의 업무영역 가운데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는 m커머스를 보다 실무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한국정보통신인력개발센터에서 시행하는 ‘m커머스 관리사’시험에 도전, 시험에 응시한 모든 과원이 합격하는 성과도 거뒀다.

 A씨는 지원과장으로부터 들은 이야기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한다.

 “사실 정부청사를 찾는 대부분의 사람은 공무원을 만나기 전까지 몇 차례에 걸쳐 자신이 하고 싶은 이야기를 고민하고 정리합니다. 그렇게 어렵게 찾아오는 사람들인데 무슨 내용인지 이해도 못하면 되겠습니까.”

 ‘공부하는 공무원’ ‘대화하고 싶은 공무원’ 이런 공무원의 모습에서 우리는 우리나라의 미래에 기대를 걸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디지털경제부·심규호기자 khsim@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