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신3강 물건너 가나.”
외국인 투자자가 하나로통신의 지분 43% 가량을 새로이 매입할 경우 LG그룹을 제치고 대주주 자리를 꿰찰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이를 계기로 통신업계에 어떤 변화가 있을 것인지 비상한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통신업계 일각에서는 그동안 논의돼온 LG그룹을 축으로 하는 ‘통신3강’ 구도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조심스런 전망을 내놓고 있다. 나아가 하나로통신이 이번 외자유치 계획을 마무리하는 수순을 밟으면서 자사를 중심으로 한 유선통신업계의 재편을 준비하는 것이 아니냐는 지적까지 나오고 있다. 특히 LG그룹을 중심으로 논의돼온 통신3강 논의가 수그러들면서 당분간 KT·SK텔레콤이라는 통신업계 양대세력을 잇는 유선부문의 하나로통신, 무선부문의 LG텔레콤 등의 2강2중 형세를 굳히게 되는 것 아니냐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하나로통신 지분구조=외자유치 본계약이 이달중 완료되면 46.6%를 갖게 되는 외국인 투자자그룹이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경영권까지 거머쥐게 된다. 지난달말까지 15.9%를 보유한 LG그룹이 2대주주로 내려앉으면서 신주발행에 따른 지분율은 9.0%로 대폭 줄어들게 된다. 삼성그룹은 8.5%에서 4.9%로, SK그룹은 5.5%에서 3.0%로 줄어들면서 경영권에 별다른 영향력을 미칠 수 없게 된다. 일반주주 역시 이전에는 38.6%였으나 외자유치후에는 22.0%로 낮아지게 된다. 따라서 LG그룹은 주요 주주로 참여할 뿐 의사결정에 영향력은 없어지게 된다.
◇LG 영향력 상실(?)=LG그룹의 절대적인 영향력은 일단 배제되는 셈이다. LG는 그동안 유선사업부문과 관련해 계열사인 데이콤과 자사가 최대주주로 있는 하나로통신에 큰 영향력을 발휘해왔으나 군소주주나 다름없게 됐다. 사실 그동안 LG그룹은 주식시장이 침체된 상황에서 3000억원의 자금을 투입하면 하나로통신의 경영권을 확보할 수 있었다. 통신3강의 주도권에서 멀어졌다는 해석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따라서 이를 가능케 하기 위해서는 이제 하나로의 새로운 지배주주가 될 외국인과 힘겨운 협상을 벌여야 한다.
◇하나로통신의 부상=통신업계의 한축을 떠받치는 세력으로 떠오를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번 외자유치를 계기로 만일 파워콤을 인수하고 나아가 하이닉스가 보유하고 있는 온세통신 지분을 인수한다면 단숨에 KT와 함께 명실상부한 2대 유선통신사업자로 부상할 가능성이 높다. 현 주식시장을 고려하면 300억원 가량만 투입하면 온세통신의 경영권도 거머쥘 수 있다.
◇파워콤 지분협상 영향 미치나=현재로선 데이콤과 한전의 협상을 압박하는 수단으로 작용할 전망이다. 데이콤은 그동안 느긋한(?) 입장을 취해왔으나 하나로측이 외자유치 계획안을 이사회에서 승인한 만큼 한전의 파워콤 매각협상 재지시를 한 것으로 알려진 산자부의 선택이 용이해졌기 때문이다. 따라서 LG그룹이 유선부문을 포기하지 않는다면 데이콤을 통해 파워콤을 인수하는 길밖에 없다는 얘기다. 그럴 경우 하나로통신의 외자유치 협상을 원점으로 되돌릴 수 있다.
◇전망=통신업계는 일단 하나로통신이 외자유치에 성공하고 파워콤을 인수하게 되면 통신3강 논의가 새로운 국면을 맞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아예 통신3강 논의가 사라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변수는 상존한다. 파워콤의 지분을 데이콤이 인수하게 되면 하나로통신은 외자유치와 관련 재협상을 벌여야 한다. 결국 산자부의 파워콤 민영화에 대한 의지도 통신업계의 지형변화에 큰 영향력을 미칠 수 있다.
<박승정기자 sjpark@etnews.co.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