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마당>세계 1등 솔루션 만들기

◆한창희 한양대학교 디지털경영학부 교수 chan@hanayng.ac.kr

 IT 및 e비즈니스 경기가 호전될 것이라는 예측과 계속 악화될 것이라는 상반된 예측을 자주 접하게 된다. 주요 수요처인 온라인 업체의 경영악화와 오프라인 업체의 솔루션 수요가 한정돼 있는 현실을 감안할 때 경기호전 여부와는 관계없이 IT산업의 해외 진출은 어찌보면 당연한 이슈인 것 같다.

 일부 기업들이긴 하지만 현재 솔루션 수출이나 SI사업 해외수주 경우는 있으나 반도체, LCD, 이동전화 등 세계최고 수준의 제품 분야에서 고부가가치를 얻어내며 수출했다는 소식은 아직 없는 듯 싶다. 즉 세계 1등 상품과 기술이 IT나 e비즈니스 솔루션 분야에는 없다는 것이다. 따라서 IT 및 e비즈니스 분야의 산업이 나아가야 할 방향인 해외수출 활성화 및 고부가가치화를 위한 몇 가지 방안을 제시하고자 한다.

 첫째, 독창적인 경영시스템에 근간한 e비즈니스 솔루션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ERP, CRM, KMS, e프로큐어먼트 등은 선진 경영기술과 기법을 IT로 수용하여 개발된 솔루션들이다. 이러한 솔루션들은 국내에도 많이 개발돼 있으나 해외에서 1등 상품으로 대접 받기는 쉽지 않다. 이는 기술 부족이나 구축경험이 부족해서가 아니고 솔루션에 내재돼 있는 경영기술과 기법이 1등 기법이 아닌 이미 해외 선진국에서 개발된 것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1등 상품이 되기 위해서는 인터넷 환경의 장점을 살린 첨단 경영기법이 개발되고, 이러한 기법을 수용한 솔루션이 개발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소프트웨어 개발에 필요한 엔지니어의 육성뿐만 아니라 IT 및 e비즈니스를 활용한 첨단 경영시스템을 제시할 수 있는 경영기술자의 육성이 필요하다. 또 IT와 경영기법이 공존하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환경의 조성이 필요하리라고 본다.

 둘째, 핵심 원천기술에 기초한 솔루션을 개발하라는 것이다. 예를 들어 국내 대부분의 자동차 제조업체에서 사용하는 ‘카티아(CATIA)’라는 캐드캠 시스템은 제품 설계시 필수적으로 사용돼야만 하는 것으로 국내 업체들이 해외에 엄청난 금액의 라이선스 비용과 사후서비스 비용을 들여 사용하고 있는 외산이다. 또 앞서 언급한 CRM시스템에도 기업의 데이터베이스에 축적된 많은 데이터를 가공하여 경영의사결정에 유용한 정보를 제공해주는 데이터마이닝 기법이 내장돼 있다. 이러한 원천기술에 기초한 솔루션들은 후발업체의 진입에 대한 장벽이 높기 때문에 고부가가치 IT 및 e비즈니스 상품으로서 해외수출이 가능할 것이다. 세계시장에서 경쟁력을 가질 수 있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어 핵심기술을 발굴하고 IT 및 e비즈니스 영역에서 솔루션화한다면 세계적인 상품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셋째, IT 및 e비즈니스 솔루션에 대한 고부가가치화 및 브랜드화에 현재보다 많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솔루션을 도입하는 기업 입장에서는 성능이 좋고 안정성이 뛰어난 제품 중에서 브랜드이미지가 높고 이미 검증된 것을 선택하는 것이 현실이다. 그러나 해외수출을 위한 국내 노력은 우수상품 개발과 해외시장 발굴 측면에만 초점이 맞춰져 있다. 실제로 한국의 대중가수가 동남아시아에 진출할 때는 노래만 부르는 것이 아니라 다각적인 홍보와 다채로운 행사준비를 조직적으로 수행하여 고부가가치를 달성하는 것이 보통이다. 이같은 개념으로 기존의 우수한 솔루션에 높은 브랜드이미지와 상품전략이 추가되고 수요처 발굴에 조직적인 노력을 한다면 상품의 고부가가치화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IT 및 e비즈니스 분야에서 우리나라가 지닌 유리한 조건이라면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 국가 이미지의 향상, 솔루션업체의 높은 열의와 경험을 말할 수 있다. 또한 이 분야에 대해 정부의 강력한 지원의지와 산업 분야의 중요성에 대한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돼 있음을 볼 때 이제는 세계 1등 솔루션을 만들기 위한 구체적이고 체계적인 노력을 기울여야 할 시기가 아닌가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