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석 코리아e플랫폼 사장woosok@koreaeplatform.com
‘21세기의 새로운 만리장성이 쌓아지고 있다.’ 이번에 상하이, 그중에서도 푸둥지구를 방문했을 때 처음 느낀 감상이다. 알다시피 푸둥은 새로운 중국경제를 대표하는 곳. 다만 그 옛날 진시황이 축조했던 만리장성이 외세로부터의 수성을 위한 것이었다면 오늘의 그것은 오히려 외세를 불러들이기 위한 것이라는 데 차이가 있다고 할까. 그리고 과거의 그것이 돌과 나무로 지어진 것이라면 ‘푸둥장성’은 IT와 최신 인프라로 축성을 하고 있는 것이 차이일 것이다. 그러나 축성의 궁극적인 목적이 국태민안과 부국강병이라는 점에서는 똑같은 것이다.
몇백년에 걸쳐 지어진 만리장성답게 푸둥장성도 3세대를 거쳐 완공시킬 계획이란다. 인공위성에서도 유일하게 보이는 인공 축조물이 만리장성이라는데 푸둥장성은 싱가포르보다도 크단다. 그러니 정말 중국의 사이즈는 예나 지금이나 한 수 접어주지 않을 수가 없다.
중국의 역사는 만리장성을 경계로 밖의 오랑캐(?)들과 안의 한족간 대결의 기록이다. 동이가 됐건 북적이 됐건 어떻게든 만리장성을 뚫고 들어가서 중원을 지배하는 것이 끊임없는 목표였다면 지금의 오랑캐들은 활짝 열린 문으로 자유롭게 드나들며 중원 지배를 꿈꾸면 되니 과거에 비해 그 얼마나 쉬운 일이겠는가. 허나 활짝 열린 문이라고 들어갔다가 본전도 못 찾고 패가망신하거나 오히려 집주인에게 실컷 부림이나 당하고도 임금을 받기는 커녕 수업료를 내야하는 황당한 경우들이 현실에서 비일비재하게 일어나고 있다. 현대판 푸둥장성의 효능이 과거의 만리장성에 비해 월등히 우수한 것도 틀림없는 것 같다.
또 하나 우리를 더욱 긴장시키는 것은 장성을 지키는 수비대의 모습이다. 우리가 방문했던 것은 일요일이었는데도 부시장이하 국장급들이 모두 나와 투자유치를 위해 열심히 설명하는 모습을 보며 고맙다는 느낌보다는 우리는 큰일 났구나라는 생각이 든 것이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중국이 만리장성에 대한 패러다임을 이렇게 근본적으로 바꾸고 있는 마당에 장성 밖의 우리도 단순한 공략 차원을 넘어 푸둥장성을 현명하게 이용하는 전략을 고민해야 할 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