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에 부쳐

휴대폰 보조금 금지조항을 신설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이 국회 과학기술정보통신위원회를 통과함에 따라 내년부터 가입자들에게 휴대폰 보조금을 지급하다 적발된 통신사업자들에는 최고 5000만원의 벌금형이 부과되는 등 그동안 음성적으로 이뤄지던 휴대폰 보조금 지급관행에 철퇴를 가할 수 있게 됐다.

 멀쩡한 단말기를 바꾸면서 낭비가 발생하고, 대다수 핵심부품을 수입함에 따라 단말기 생산대수가 늘어날수록 아까운 외화가 유출되는 단말기 보조금 지급문제의 심각성을 감안하면 뒤늦은 감이 없지 않으나 환영할 만한 일이다. 이를 계기로 그동안의 이전투구식 가입자 유치경쟁이 종식되는 것은 물론 대고객 서비스로 승부를 가름하는 새로운 경쟁의 장이 마련되기를 기대한다.

 그런 측면에서 보면 과기정위의 이번 결정은 기대치를 충족시켰다고 보기 어렵다. 보조금을 지급한 통신사업자에 3년 이하 징역이나 1억5000만원 이하 벌금형을 내릴 수 있도록 규정한 정보통신부의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심의하면서 징역형 조항을 삭제하고 벌금상한도 5000만원으로 대폭 완화하는 등 이동통신사업자들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행위를 강력히 제재하려던 정부정책을 국회 입법과정에서 크게 후퇴시켰기 때문이다.

 또 대리점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해당 대리점과 계약을 맺은 통신사업자에 대해서도 형사처벌 등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했던 정통부안을 ‘휴대폰 보조금 지급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상당한 주의를 기울였을 때’에는 책임을 면제해주기로 한 것도 그렇다.

 물론 강한 제재조치가 능사는 아니라고 본다. 벌금형도 일정금액 이상일 경우 그에 상응하는 처벌효과가 크고, 대리점의 휴대폰 보조금 지급행위에 대해 해당 사업자를 형사처벌하는 것이 지나치게 가혹한 처사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관행처럼 이뤄지는 보조금 지급을 중단하기 위해 강력한 제재조치가 수반돼야 한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런 측면에서 보조금 금지를 법제화하려던 정통부와 보조금 금지에 반대하면서 강력하게 반발한 일부 업체의 주장을 수용하는 어정쩡한 선에서 절충점을 찾은 과기정위의 수정안이 과연 음성적인 보조금 지급을 봉쇄할 수 있을지 의문이다. 금지행위를 자의적으로 해석할 수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더욱 그렇다. 또 선발사업자와 후발사업자를 똑같이 제재한 것도 다시 한번 생각해볼 문제인 것 같다.

 차제에 단말기 보조금 지급 예외조항에 대한 후속조치도 서둘러야 할 것 같다. 대당 80만원을 호가하는 3세대 휴대전화로 가입자를 모으기 어렵다고 보면 예외조항이긴 하지만 첨단 단말기의 보조금 지급 규정이야말로 시중에 유통되고 있는 cdma2000 1x 단말기, PDA폰, 컬러LCD 단말기 산업의 사활을 가름하기 때문이다.

 특히 통신기능이 내장된 PDA의 경우 보조금 지급여부가 산업의 존망을 가름하게 된다. 연간 20만대 미만인 국내 수요로는 시장기반이 엷기 때문에 수출산업으로 육성하는 게 쉽지 않다. 단말기 보조금 지급문제를 불도저식으로 밀고 나가기보다는 운영의 묘를 살려야 하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국가 전략산업인 3세대 이동통신장비 산업을 육성할 수 있는 대책마련을 서둘러야 한다.